미얀마 군부, 비상사태 선포하고 쿠데타..아웅산 수치 구금
집권당 대변인, "군부가 쿠데타
군부와 수치의 이중권력 체제 무너져
미얀마에서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 군부는 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얀마의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했다. 군부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자신들이 정부를 장악했다며 1년 동안 다시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아에프페>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군부는 또 국가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며 비상사태 선포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군부는 총선 부정을 주장해왔고, 이날은 그 총선에 따른 의회가 개회하는 날이다.
미얀마에서 수치의 실각 및 군부 재집권이 확인되면, 동남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미얀마 군부 정권은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이 이미 이날 새벽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대변인이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추측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본인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치가 가택에서 연금됐는지, 연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 중앙위원인 한 타르 미인트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아침 현재 수도 네피도와의 전화선은 두절된 상태이다. 미얀마 국영텔레비전인 <엠아르티브이>(MRTV)도 기술적 문제를 겪으며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이번 사태는 군부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부정을 주장하며 조사를 요구하면서 쿠데타까지 시사한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다. 그 총선에 따라 구성된 의회가 이날 첫 소집될 예정이었다.
‘군부 쿠데타’ 부른 11월 총선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분쟁지역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8일 총선에서 83%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했다. 2011년 군부통치가 종식된 이후 두번째 치러진 이 선거는 수치 정부에 대한 신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군부도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촉구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이어갔다. 군부는 대법원에 대통령과 선관위원장 자격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들어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주 군 대변인 자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미 선거 때에 “부정직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혔다.
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미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왜 군부가 다시 나섰나?
미얀마는 지난 2011년 이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군부 사이의 이중권력 체제로 이끌어져왔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왔다. 하지만, 군부도 헌법에 따라서 25%의 의석을 할당받고,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치안과 안보 관련 부처를 관할해왔다.
특히, 수치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외무장관 및 국가고문의 자격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여전히 막강한 군부의 권력과 이중적 권력 체제 때문에 미얀마에서 정치불안과 쿠데타 우려는 상존해왔다.
군부는 지난 6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에서 사회, 경제, 정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해왔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항쟁 때 민주화 상징으로 떠오른 아웅산 수치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구금했었다.
군부는 국내외의 압력으로 2010년 총선을 실시했으나,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이 총선을 거부해, 군부의 연합연대개발당이 형식적으로 집권했다.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을 2015년 총선에서 참가해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서, 집권하게 됐다. 하지만, 수치는 대통령에 취임할 수도 없었고, 치안 및 안보, 국방 관련 등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었다.
2017년 이후 로힝야 난민 사태는 수치의 명성과 통치에 큰 흠을 남겼고, 군부와도 본격적인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의 서부 연안 지역인 라카인주에 주로 사는 방글라데시 계열의 난민이 로힝야 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대대적인 탄압과 축출은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자아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수치는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난민 축출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얀마 여론이 로힝야족 축출에 호의적인데다,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조처를 수치도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부 역시 로힝야족에 대한 수치의 미온적인 입장에 불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는 이 사태로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시달렸다. 로힝야 사태는 2019년 헤이그국제재판소에도 제소됐다. 수치는 외무장관으로서 이 법정에서 로힝야족을 축출한 미얀마 정부의 조처를 옹호해서, 그의 명성이 바래지는 전환점을 맞았다.
최현준 정의길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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