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선 "죽을 뻔한 공연 심폐소생술 받은 느낌"

나윤석 기자 2021. 2. 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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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개막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의 한 장면.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완화로 이 공연은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에이콤 제공

- 내일 ‘명성황후’ 25주년 무대 펼치는 윤홍선 대표

코로나로 2차례 연기 뒤 개막

국민 위로할 수 있는건 ‘문화’

공연계에 실질적인 지원 필요

음악·무대·의상 업그레이드

현대적인 사극으로 ‘재창조’

팬들 氣 받아 다시 25년 준비

“죽을 뻔했다가 겨우 호흡기를 달고 ‘심폐소생술’을 받은 느낌입니다. 비록 적자가 예상되지만 고심 끝에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로 세계 무대를 개척한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을 준비 중이던 윤홍선(34) 에이콤 대표는 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2일 개막을 코앞에 둔 주말까지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2.5단계 유지로 개막 일자가 1월 6일에서 1월 19일로, 다시 1월 19일에서 2월 2일로 두 차례나 연기된 가운데 지난 주말 정부가 ‘한 칸 띄어 앉기’ 또는 ‘동반자 외 두 칸 띄어 앉기’ 지침으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25주년 공연은 무산될 뻔했다. 개막이 한 달 정도 밀렸으나 꽉 찬 예술의전당 대관 일정 탓에 폐막일은 이달 26일로 변동이 없다. 한 달 반 넘게 이어질 예정이었던 공연이 25일 만에 종료되는 셈이다. 윤 대표는 “좌석 점유율을 30% 정도로 가정하면 20억 원가량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짧은 기간이나마 무대를 열게 된 만큼 최고의 공연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윤 대표와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뒤 주말 정부 발표 후 한 차례 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은 윤 대표가 에이콤 수장으로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지난해 1월 대표 취임 후 1년 넘게 이 한 작품만을 위해 달려온 셈이다. 그는 2018년 공연 때보다 제작비를 두 배로 늘려 음악·무대·의상 등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윤 대표는 가까스로 팬들과 만나게 됐음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큰 듯 존폐 위기에 내몰린 공연계의 어려움을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했다. “감염병 사태 이후 공연장 내 전파 사례는 아예 없습니다. 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물도 한 모금 안 마시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공연계가 적자를 감수하며 무대를 만들어야 하나요. 손익분기점인 객석 점유율 60~70%를 채우려면 ‘동반자 외 한 칸 띄어 앉기’까지 지침이 완화돼야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고려한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문화 콘텐츠 말고 국민을 위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먹고사는 일 못지않게 소중한 문화 정책이 한참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것 같아 속상할 따름입니다. 당분간 띄어 앉기 지침을 유지해야 한다면 공연장 대관료 조정, 한시적 부가세 면제 혜택 같은 실질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배우 김소현·신영숙이 타이틀 롤을 맡은 작품 얘기로 화제를 돌리자 딱딱하게 굳어 있던 윤 대표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기가 돌았다. 그는 “현대적이고 모던한 사극으로 재창조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며 “기존 팬들은 물론 처음 접하는 젊은 관객이 보기에도 ‘낡은’ 느낌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명성황후’는 1995년 12월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초연 2년 만에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진출했고, 2018년까지 누적 관객 190만 명을 불러모았다.

윤 대표는 25주년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형식적 특징으로 ‘성스루(Sung-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공연) 탈피’를 지목했다. 그는 “성스루를 고집하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사 추가 등 대본을 전반적으로 정비하면서 드라마가 한층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양방언이 참여해 태평소·대금·피리 등 국악기를 추가하고, LED 영상을 띄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윤 대표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신화라는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한 만큼 관객들의 기운을 얻어 또 다른 ‘25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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