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샷을 실수하면 화내십니까?..골프는 '실수하는 게임' 입니다

기자 2021. 2.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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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새해를 맞아 거창하게 인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골프에 관해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한번 던져본다.

한 골프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라운드를 위해 골프장을 찾은 골퍼의 기쁨과 만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코스 관리 상태와 설계, 스코어, 그린피 순으로 나타났다.

새해에는 모든 골퍼가 실수 따윈 그냥 잊어버리고 골프가 선물하는 행운의 기쁨만을 만끽할 줄 아는 행복한 골퍼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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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가 숙명인 골프

‘최고 스윙’ 평가받는 벤 호건도

“18홀당 완벽한 샷 3~4개” 고백

2㎝ 스위트스폿에 공 맞히는

우연·무작위성 잦은 힘든 운동

실수할 때마다 짜증 낸다면

자신과 동반자까지 불행해져

신축년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인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당하기 힘든 큰 난관과 맞닥뜨리게 되면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남은 날들을 헤아려보기 마련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만든 로브 라이너 감독의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두 남자가 우연히 만나 마지막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적어 함께 해보기로 하며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두 사람은 목록 중 하나였던 ‘피라미드 보기’를 위해 이집트를 찾아 거대한 피라미드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다. 문득 한 사람이 묻는다. “자네 혹시 이거 아나?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에 관해 한 가지 멋진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영혼이 천국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문지기로부터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네. 대답에 따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결정됐지.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당신의 삶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새해를 맞아 거창하게 인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골프에 관해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한번 던져본다. ‘지난 한 해 나는 골프를 치면서 진정 행복했는가, 그리고 나는 함께 골프를 친 다른 이들에게 과연 기쁨과 즐거움을 전해줬는가.’

한 골프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라운드를 위해 골프장을 찾은 골퍼의 기쁨과 만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코스 관리 상태와 설계, 스코어, 그린피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코스 관리와 그린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니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된다.

하지만 스코어는 다르다.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문제라는 생각에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실수는 곧잘 자신을 향한 분노로 표출된다. 라운드 중 큰 소리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클럽을 던지기도 한다. 라운드하다 보면 유난히 스코어에 신경 쓰거나 집착하는 골퍼들이 있다. 매번 실수가 나올 때마다 짜증을 내거나 팍팍 인상을 찌푸린다. 자신은 당연히 행복할 수 없을뿐더러 함께 라운드하는 동반자까지 좌불안석으로 만든다. 이들이 실수할 때마다 화가 나는 이유는 골프에서 실수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골프의 본질은 실수에 있다. 골프 스윙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공을 보내려면 채 2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어드레스부터 피니시 동작까지, 마치 도미노처럼 정해진 순서와 타이밍으로 움직여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가로세로 2㎝도 안 되는 클럽 페이스의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직각으로 공을 맞혀야 한다.

그러니까 무작위성과 우연은 골프의 숙명인 셈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공을 정확하게 잘 쳤다고 평가받는 벤 호건은 한 라운드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치는 샷은 3∼4개 정도에 불과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골프는 실수의 경기로, 가장 좋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했다.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이 행복해지는 데 결코 어마어마하거나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는 않다. 행복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어떤 상태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평소 순간순간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소설 ‘빨강 머리 앤’에서 주인공인 앤은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한편으로 멋지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앤의 말처럼 뜻대로 안 되는 것이 골프지만, 가끔은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새해에는 모든 골퍼가 실수 따윈 그냥 잊어버리고 골프가 선물하는 행운의 기쁨만을 만끽할 줄 아는 행복한 골퍼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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