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지구촌 120만명의 선택은? (상)

박상욱 기자 2021. 2. 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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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3)
지금으로부터 대략 반년 전, 국내에서 의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한 생각들을 물어본 것이죠.

최근엔 국제사회 차원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옥스퍼드 대학과 전세계 12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것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단순히 수만 많았던 것이 아닙니다. 전세계 50개국에서, 특히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그 수만도 5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당장 기후위기에 가장 큰 영향과 피해를 입는 연령대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각종 설문조사에선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 했죠. 통상 조사를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해왔기도 했을뿐더러 미성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절차나 방법 등에서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국가별, 연령대별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 UNDP)

#기후위기_인식은_만국_공통
응답자 전체의 64%는 기후변화가 긴급한 문제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런데, 지역 혹은 그룹별로는 이 같은 기후위기 인식에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먼저, 그룹별 답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UNDP는 조사 대상인 50개 나라를 선진국과 중진국, 후진국, 그리고 소규모 도서국가로 구분 지었습니다. 보고서 상에서 LDC(Least Developed Countries)는 개발도상국(LDC, Less Developed Countries)이 아닌 후진국으로 쓰였습니다.
(자료: UNDP)

소규모 도서국가들의 경우 가장 높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을 비롯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 현상의 직격탄을 맞는 지역들입니다. 선진국과 중진국 사이, 기후변화가 전세계적인 비상사태라는 인식 차이는 10% 포인트로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장 수치가 낮게 나타난 후진국도 58%로 과반 넘는 이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죠.

지역별로도 서유럽-북미 72%, 동유럽-중앙아시아 65%, 중동-아랍 64%, 중남미 및 아태지역 각각 63%,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61% 등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개별 국가별로는 영국과 이탈리아(81%), 일본(79%), 프랑스와 독일(77%)이 상위 5개 국가로 가장 높았고, 몰도바(50%), 스리랑카(55%),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58%)가 가장 낮았습니다. 물론 이 역시, 그렇다 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 사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에 대해 어떤 답변들을 내놨을까요. 국가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친 것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즉각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죠. 전체 응답자의 59%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룹별로는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즉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답변이 1위였습니다.
(자료: UNDP)

하지만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인정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혹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고 답변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룹별로 이러한 답변의 비율은 9%(선진국)~25%(중진국 및 후진국)에 달했죠. 심지어 '시급하다'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동안 천천히 행동해야 한다'는 답은 17~20%에 달했죠.

응답자 전체를 놓고 보면, '천천히 행동한다', '충분히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답변을 한 사람의 비중은 41%에 달합니다. 앞서 '기후변화 문제는 비상사태'라고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에 41%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UNDP는 "이미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심각성과 시급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이 결과는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초단체들이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국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그린뉴딜을,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여전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죠. 연일 보도되는 탄소저감 정책 중 대다수는 '과거 정책들의 이름 바꾸기' 수준에 그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에 제출한 탄소저감 목표 역시, 탄소중립 선언 전과 후가 다를바 없을 정도고요.

#기후변화_정책은_얼마나_알고_지지할까
UNDP는 설문조사에서 총 18가지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이중 50% 이상이 알고 있고, 지지하는 정책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숲과 토양 보호(54%), 재생에너지 사용(53%), 기후친화적 농업기술(52%), 녹색 산업과 일자리에 더 많은 투자(50%)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룹별 답변에선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요. 선진국에서 기후 정책으로 대중에 많이 알려진 것들과 세계적으로 두루 알려진 것들 사이에선 그 차이가 있는 듯 없기도, 없는 듯 있기도 했습니다.
(자료: UNDP)

기본적으로, 개별 정책들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위의 표를 보더라도 순서와 상관없이 모든 정책들에 있어서 사람들이 인지 및 지지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보다 더 높았습니다.

순위에 있어서도 전체 평균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숲과 토양 보호'가 1위인 것은 같지만 2위는 '해양 및 수로 환경 보전'이 차지했죠. 전체 조사에선 6위에 해당했던 항목입니다. 또한, 선진국에서 재생에너지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역시 전체 조사에선 9위에 그쳤고요. '기업에 환경오염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기' 항목은 선진국에서 과반이 넘는 55%의 지지를 얻은 반면, 전체 평균에선 39%로 이에 대한 인지 및 지지율이 낮았습니다.

지역별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서유럽-북미와 아태 지역, 동유럽-중앙아시아, 중남미에선 전체 평균과 마찬가지로 '숲과 토양 보호'가 1위였습니다. 반면 중동-아랍 지역에선 1위로 '기후친화적 농업기술'과 '재생에너지 사용'이 꼽혔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선 '재생에너지 사용'이 1위였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은 이러한 차이를 만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UNDP는 "서유럽-북미 지역에선 녹색 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투자와 기업들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묻는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강한 지지가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아태 지역의 경우 "일본, 호주, 필리핀,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들이 포함된 만큼 지지하는 기후 정책의 범위가 매우 넓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관련 설문조사를 통해 UNDP는 다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개별 국가별, 지역별, 그룹별, 연령별, 젠더별, 교육수준별 다양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죠. 이는 정부나 기업 혹은 시민사회가 향후 기후변화 대응을 하는 데에 있어 어디에 더 주력하면 좋을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UNDP는 이 설문조사 결과에 기반해 기후변화 정책에 있어 10가지 인사이트를 꼽기도 했습니다. 그 10가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다음주 연재를 통해 이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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