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이는' 시장선거 vs '소방수' 공급대책..서울 아파트값 어디로?
"공급대책 실효성, 올해 부동산정책·시장안정 성패 가를듯"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를 확대하고 있다. 재건축단지를 화두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의 유세가 집값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놓을 공급대책의 실효성 여부가 향후 서울집값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신속한 공급확대 내세운 2월대책 vs 재건축완화 내세운 서울시장 공약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률은 0.09%를 기록했다. 재건축단지가 있는 송파구(0.17%), 강남구(0.11%), 서초구(0.09%) 등 강남 3구가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다. 마포구(0.13%)와 동대문구(0.12%), 강북구(0.11%) 등도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저금리 유동성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수도권 아파트 매수 심리가 높아졌다"면서 "정비사업 기대감이 있거나 역세권, 신축 및 저평가 인식 있는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부동산114의 주간 조사에서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0.15% 올랐다. 관악(0.33%), 노원(0.28%), 도봉(0.28%) 등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과거 '뉴타운'처럼 서울 낙후지역의 개발 호재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추세로 수급동향을 보여주는 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도 공급자 우위를 나타낸다. 지난달 18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109.2로 지난 11일보다 1.3포인트(p) 상승해 지난해 8월 3일(111.1)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는 이미 매도자 우위 시장이 강하게 형성된 모양새다.
부동산업계에선 최근 수 주간 상승세가 둔화했던 서울집값이 다시 상승동력을 얻은 이유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공약에 재건축단지의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가 포함되면서 주춤했던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2월대책 실효성 여부, 올해 부동산정책 성패 가를 것"
실제 민간재건축 활성화는 시장규제를 꾸준히 비판해왔던 야당후보군의 핵심공약으로 손꼽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부의 비합리적인 재건축 규제를 지적하며 규제완화를 선거공약으로 선점했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도 '국민의 힘' 경선에 참여해 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내세내우고 있다.
반면 투기수요와 각을 세워온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후보 경선에 참여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은 시장 안정과 병행한 공급방안을 공약하고 있다. 특히 우 의원은 야당후보군의 공약에 대해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다 풀어서 서울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투기만 활성화하고 건설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정비사업 목적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저는 민간재개발, 재건축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방법이 탐욕의 도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대신 주택공급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21개 콤팩트 앵커를 만들어 서울을 다핵분산도시로 구성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당의 규제완화 공약은 지지층의 요구에 맞아떨어지는 데다,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효성을 비판의 핵심으로 삼아온 만큼, 내부적으론 이에 파생되는 시장의 움직임도 향후 서울시장 선거 등 향후 정국에 여러 가지 이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공급대책 발표를 앞둔 정부의 입장도 긴장감이 높아진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특단의 공급대책의 실효성이 낮으면 향후 시장 조정기능 자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서울시와의 정책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 서울시장 선거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부가 내놓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공급 방안이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당장 공급부족을 이유로 상승세를 보였던 집값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주가 올해부터 내년 대선 전까지 부동산정책과 시장안정의 성패를 가늠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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