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BS라디오 진행자, 북한·여당 비판 뉴스 무더기 삭제
김정은 메시지는 추가하고
KBS1라디오에서 북한에 비판적이거나 집권여당에 불리한 뉴스 빼고 읽은 이른바 ‘아나운서 맘대로 뉴스’가 상당 기간 동안 반복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KBS1라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 기자들이 제작한 원고 중 일부를 빼버리고 전달하거나 일부 내용을 임의로 추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KBS 김 모 아나운서가 과거에도 정부에 불리하거나 북한을 비판한 뉴스의 경우 임의로 삭제하고 전달했다는 의혹이 추가적으로 제기됐다. 아나운서가 뉴스를 임의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내맘대로 뉴스’가 상습·반복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
KBS노조는 1일 ‘KBS1라디오 편파 왜곡방송 실태조사 결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지난 해 10월~12월 3개월간 김 모 아나운서가 진행한 뉴스를 조사한 결과, 방송 진행자가 임의적, 자의적으로 방송한 20여 건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아나운서는 지난 달 뉴스 진행 중 기자들이 써온 원고에서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관련 뉴스 등 집권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임의로 생략하고 전달해 최근 KBS노조와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까지 당했다.
김 아나운서는 작년 10월~12월 3개월 동안 기사 전체를 삭제하고 방송하지 않은 사례가 6건이었고, 내용 중 일부를 삭제(10건)하거나, 원문 기사에 없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추가(1건)하는 등 진행자로서 뉴스 큐시트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사례가 2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KBS노조는 밝혔다.
KBS노조는 특히 김 아나운서가 변경·삭제한 뉴스가 청와대 주요 인사에 대한 검찰조사 뉴스나 북한의 무력시위 동향, 코로나 신규 확진자 급증 관련 뉴스 등이라고 주장했다.
KBS 노조에 따르면, 김 아나운서는 지난 10월10일 뉴스 큐시트에서 ‘[톱기사]<합참> “北 오늘 새벽 열병식 실시정황 포착”’이라는 제목의 기사 전체를 날려 버린 뒤, 두번째로 예정되어 있던 ‘北매체, 오전까지 열병식 개최·보도 없어’를 톱기사로 전달했다. 아나운서가 임의로 북한의 심야 열병식 개최 관련 뉴스를 삭제해버린 것이다.
김 아나운서는 다음 날인 11일에는 날씨 안내 포함 모두 12건으로 마련된 뉴스 큐시트에서 ‘미 당국자 “북,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우선시에 실망”' ‘외신, 북 신형 ICBM공개 열병식 신속 보도,”거대한 ICBM...”’이라는 두 건의 뉴스를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아나운서는 이날 뉴스에선 북한의 첫 심야 열병식 소식을 전한 뉴스에 원래 기사에 있지도 않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또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정히 보낸다고 밝히고 하루 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빼버린 것도 있었다. 김 아나운서는 10월 25일 ‘北 서해상 피격 공무원 추모식 열렸다는 뉴스에 당초 들어가 있던, ‘이 자리에서는 북한에서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 오토 웜비어 가족의 편지도 공개됐습니다. 웜비어의 아버지는 이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폭력의 희생자며, 그 거악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되어 있던 기사 마지막 문장을 빼버리고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여당 주요 인사 관련 뉴스에선 10월18일 ‘검찰, 강기정 前 수석 GPS기록 확보...라임 김봉현 상대 조사’ 라는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을 펴 떠들썩했던 시기로, 이날 준비된 날씨 포함 11건의 뉴스 중 5번째로 배치되어 있었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김 아나운서는 라디오 뉴스 담당 제작진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임의로 해당 뉴스를 빼버리고 진행한 것이다. 이외에도 김 아나운서는 11월8일 ‘러시아 모스크바 한인 1명 코로나로 사망’ 11월29일 [톱기사]’코로나19, 450명 신규 확진' 등의 뉴스도 임의로 삭제하고 방송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 달 우연히 발견했을 때는 우발적 해프닝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3개월 동안 이 정도 사례가 나온 걸로 봐서 반복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면서 “과연 아나운서 개인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뉴스에 손을 대는 것이 가능했을지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정황상 여러가지 의심을 낳게된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 12월 19일 KBS1라디오 오후 2시 뉴스에서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소식을 전하면서 야당 의원이 제기한 ‘봐주기 수사’ 의혹 부분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KBS는 “김 아나운서가 원고대로 낭독할 경우, 방송 시간을 초과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뉴스를 방송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뉴스 일부를 수정·생략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KBS 1라디오는 평일 오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매시각 정시에 뉴스를 방송한다. 오전 7시, 낮12시, 오후2시, 오후 7시(평일기준) 등 네 차례는 20분 분량의 종합뉴스를 방송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전체 5분 정도 길이로 10~13건 가량의 뉴스를 전달한다. 이번에 발견된 사례들은 모두 20분 분량이 아니라, 아나운서 혼자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5분짜리 정시 뉴스에서 벌어진 일로 나타났다.
KBS노조는 약 1200명 정도가 가입한 노조로,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는 KBS내 최대 계파인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와는 성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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