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로또' 새조개, 장흥군수 발목잡나..사기 혐의 피소

박진규 기자 2021. 2.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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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대 채취권' 관련 정종순 군수 고소 당해
"잠수기 어선 막아달라" 요청했다 번복해 피해 주장
수백억원대 새조개 채취권을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 어업인에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정종순 장흥군수© 뉴스1

(장흥=뉴스1) 박진규 기자 =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새조개의 장흥 앞바다 채취가 3년 만에 가능해진 가운데 정종순 전남 장흥군수가 '새조개 채취권'과 관련한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1일 장흥군과 장흥경찰 등에 따르면 어업인 김모씨는 지난달 21일 정종순 군수와 박모 장흥군해양수산과장, 장흥군 수산자원 자문위원인 조모씨를 사기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장흥 우산방조제 앞 공유수면에서 잠수기 선단의 새조개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해 장흥군의 요청으로 자망설치와 해녀 투입에 나섰으나 장흥군이 이를 번복해 2억5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자문위원 조씨로부터 해녀(나잠 개인업자)수급과 자망(어획을 위한 그물설치)설치를 요청받았다.

조씨는 김씨에게 "공유수면인 장흥군 앞바다에 자연산 새조개 약 150억원 이상의 물량이 서식돼 있는데 어민소득원으로 자원관리신청을 해야 된다"면서 "군수가 '잠수기 어선들이 성패도 안된 어린 새조개를 무차별 남획을 하는데 장흥군이 나서가지고 어민소득을 위해 잠수기를 막을 방법이 없겠냐'며 자문을 요청해 왔다"고 알렸다.

그 근거로 군수와의 대화 녹취록을 들려주며 김씨에게 자망설치와 해녀를 투입해 잠수기 조업을 막아주면 관리수면으로 지정 고시될 때 지분 등으로 사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처음엔 조씨의 말만 듣고 수억원이 들어가는 일을 선뜻 나서지 않았지만 조씨가 장흥군수와의 대화와 수산과장 대화 녹음을 들려주자, 이를 믿고 실행에 옮겼다.

그는 "조씨가 건넨 군수, 해양수산과장과와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거나 군청에서 만들어준 자문위원 위촉장을 보면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며 "추후 전남도에서 관리수면 지정을 받아 장흥 어촌계가 본격 채취하면 전체 수익금의 15% 정도 보장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김씨가 새조개 해역 관리를 위해 해녀를 투입해 작업하는 모습. © 뉴스1

조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김씨는 해녀와 장흥에 거주하는 자망업자들을 모집해 새조개 서식장소에 자망 그물을 설치하고 관리선을 띄우고 작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투입된 비용은 나잠업자 해녀팀, 자망그물비, 선단비, 관리선 관리비, 인건비 등 총 2억5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자망설치 작업 후 해녀들을 투입하려 할 때 조씨로부터 '장흥군수가 잠시 해녀투입을 멈추라'고 지시했다고 연락해와 한 달여를 기다리던 중, 지난 2일쯤에야 수산과장으로부터 해녀들을 투입해도 좋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윽고 해녀 21명을 자망설치구역으로부터 150m 외곽으로 투입시켜 작업을 시작했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군청 관리선까지 동원돼 제지당했다.

또한 잠수기 어선들은 잠업 중인 해녀들의 머리 위를 전속력으로 항해하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씨는 "장흥군수와 수산과장이 새조개 구역의 관리를 지시해 놓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면서 "조씨와 장흥군수가 공모해 저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분명 엄청난 비리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고 확신한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정종순 장흥군수는 "고소한 김씨는 일면식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변호사 자문을 얻어 무고죄로 역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문위원한테는 전남도의 관리수면 지정을 받기 위한 여수 잠수기 조합에 동의를 받아내는데 역할을 해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해양수산과장이 있는데 굳이 자문위원에게 다른 역할을 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3년만에 자연산 새조개가 들어선 전남 장흥군 회진면 신상해역(전남도 제공)© 뉴스1

한편 공유수면인 장흥 회진면 신상해역 119㏊에는 지난해 10월 인공양식이 어려운 자연산 새조개가 들어서면서 잠수기조합과 지역 어촌계간 분쟁이 생겼다.

공유수면은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 면허기간을 정해 어업해야 하는 곳으로, 주로 여수지역 어선들인 잠수기수협 조합원은 전남에서 유일하게 연근해 공유수면에 대한 어업권을 갖고 있어 장흥 앞바다 새조개를 캘 수 있다.

자신들의 앞바다에 나타난 새조개 채취가 어려워진 장흥 어촌계는 지난해 11월 중순쯤 해당 지역을 관리수면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잠수기수협 조합원 등이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장흥 어촌계는 새조개를 캘 수 있게 신상해역을 관리수면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고, 전남도는 잠수기 어업인과 장흥 어촌계간의 합의를 이끌어 지난달 8일 이 지역에 대해 오는 5월31일까지 수산자원관리수면으로 지정했다.

관리수면 지정으로 잠수기와 양식장 형망을 이용해 새조개 552톤을 채취할 수 있게 됐으며, 기존량의 60~70%만 채취허가를 내주는 점에 비춰 얼추 계산해도 이곳 새조개는 2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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