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엎치락 뒤치락 경선을 만들어달라"

김원철 2021. 2.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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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보궐선거]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인터뷰

"민주당다운 깃발 든 사람 후보로 만들어야"
서울시장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우상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는 3명 중 3등.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이번엔 2명 중 2등이다. 그는 ‘2등’을 감추지 않았다. 본선 승리를 위해선 경선 흥행이 필요하고, 경선 흥행을 위해선 2등에게 지지를 몰아줘야 한다며 ‘홍보 포인트’로 내세웠다. 짧은 임기 동안 ‘서민을 위한 정책에 올인하겠다’는 우 의원을 29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민주당 가장 오래 지켜온 후보

―‘서울, 다시 시작 담대한 변화 준비된 서울시장’에서 ‘내일을 꿈꾸는 서울 끝까지 지킨다’로 캐치프레이즈를 바꿨더라.

“박주민 의원과 2파전을 예상했다. 첫 도전자인 박 의원과 차별화를 위해 ‘준비된 시장’을 내세웠다. 그런데 박 의원이 출마하지 않고 박영선 전 장관이 출마했다. 그분도 두 번째 도전이라 나만 준비됐다고 하기 어색했다. 내 강점을 얘기하는 거로 바꿨다. 민주당을 가장 오래 지켜온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박영선 후보가 한때 ‘비문’ 정치인으로 분류됐던 점을 염두에 둔 건가?

“그 점까진 생각 못 했는데 기자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웃음).”

―공약을 보면 시정 전반에 대한 것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것 해보고 싶어서 출마했다. 백과 사전식 정책보다는 1년 2개월~(재선된다면) 5년 사이 할 수 있는 일 서너 가지에 집중하려고 했다.”

―박영선 전 장관의 핵심 공약이 ‘21분 콤팩트 도시’다. 어떻게 보셨나?

“우리 네거티브 안 하기로 했다.(웃음) ‘그림 좋다. 역시 박영선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상이 좋고 화려하다. 그런데 21개로 나눈다고 했는데 서대문은 어떻게 되는 거지? 25개 구가 있는데 21개로 나눈다면 ‘서대문+은평 일부’인가, ‘마포+서대문 일부’인가? 잘 정리가 안 되더라. 잘못하면 갈등 사안이 될 거 같다. 그리고 서민이 보기에 저 구상이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명확히 떠오르진 않더라.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시면 구체적인 평가를 해보겠다.”

―행정가보다는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상대 후보는 장관 출신이다. 불리하지 않은가.

“서울시장은 행정을 알긴 알아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행정하는 공무원은 새로운 발상이 어렵다. 서울시장에 행정가가 필요하냐고 국민께 물으면 압도적으로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서울시장은 스페셜리스트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정의당 성폭력에 경악한다는 당 논평 부끄러워

―최근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이나,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이 다시 회자하고 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박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일부가 성희롱성이라는 게 인권위의 결론이다. 피해자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다만 진영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당 대변인이 정의당 사건을 두고 “충격, 경악”이라고 논평한 건 부끄러웠다. 우리에게도 일어났던 문제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남 욕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의당의 사후수습 태도가 국민께 높은 평가를 받지 않나. 다른 당 공격에 활용하면 피해자가 더 상처받을 수 있다.”

―박 전 시장의 시정을 계승하겠다고 했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는 판결에는 “이상하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살아온 삶 전체가 부정당하거나, 그분이 만든 시민운동 업적이 폄훼돼선 안 된다. 박 전 시장이 한 좋은 정책은 계승하겠다. 비난이 있지만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법원 판결은 좀 이상하다. 중도 보수적인 법조인조차 ‘판사가 그런 판단을 전제하고 판결할 수는 있지만 판결문에 적시한 건 이상하다’고 했다. 그런 평가에 동의하기 때문에 인용한 것이다.”

―권력형 범죄 막기 위한 구체적 정책은 뭔가?

“박 전 시장 시절 젠더 특보가 있었는데 자문기구였다. 서울시장 직속 기구로 양성평등위원회를 두고 대부분의 정책을 무조건 점검하도록 하겠다.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감시·조사·결론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한 시간 정도 성 평등 교육받는 걸로는 안된다. 과감하게 하겠다.”

재건축 강북은 부분 허용, 강남은 조건부 허용

―주택을 소유하고 있나?

“시골 부모님 묘소 옆에 오두막 한 채 있다. 서울에서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50만원짜리 반전세 산다.”

―공공주택 우선 공급하고, 재건축·재개발은 강북 부분 완화, 강남 조건부 완화다. 똑같이 낡은 집이어도 어디에 위치하냐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뜻인가?

“개발 이익 환수 조치하고, 주변 시세에 영향을 안 주고, 전세난 일으키지 않는 조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강남 재건축 허용하겠다. 하지만 현재 조치는 완벽하지 않다. 강남분들이 억울해하는 거 이해한다. 하지만 강남 집값이 오르면 서울 전역이 영향받는다. 상대적으로 강남·북 간 자산 격차가 크니 강북은 먼저 허용하겠다. 강북 집값은 파장이 크지 않다.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다.”

―공공주택 16만호를 짓겠다고 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건가?

“투기 없는 도시는 공공주택 비율이 40%다. 서울은 8%에 불과하다. 16만호 건설에 6조원이 든다. 공공 자가주택 7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1만 세대만 6억원에 분양해도 건설비가 다 나온다. 나머지 6만호는 전세를 줄 테니 보증금도 들어온다. 남는 돈으로 지하철 지하화하고 그 위에 또 공공주택을 짓겠다.”

―강변도로나 철도 위에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땅값은 싸겠지만 건설비가 2배 이상이라고 하던데?

“거짓말이다. 검증 끝냈다. 3년 전에도 1호 공약이었다. 파리와 뉴욕에서도 활발히 건설 중이다. 뉴욕 유엔본부가 이런 식으로 도로 위에 지어진 건물이다.”

―강변북로는 대부분 교각 아닌가?

“교각 구간이 아니면서, 기존 집 조망권 해치지 않는 구간이 15㎞ 정도 된다. 오다가다 보면 어딘지 알 수 있을 거다. (어딘가?) 지금 말하면 투기 바람이, 아, 일 수가 없구나 강변북로니까. (웃음) 올림픽대로도 같은 기준으로 보면 지을 곳이 있다. 어딘지 다 연구해뒀다. 16만호면 웬만한 신도시급 공급이다.”

경기도 재난지원금, 자율권 인정해줘야

―경기도가 재난 기본소득을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서울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피해 본 자영업자들에게는 재원이 허락하는 한 계속 지급해줘야 한다. 시장이 되면 제일 먼저 자영업자들께 100만원 지급하겠다. 이재명 경기지사처럼 전 시민 지원금은 국가와 상의하겠다. 일단 한계 상황에 이른 자영업자 지원에 집중할 때다.”

―경기도 2월 1일부터 재난 기본소득 지급하겠다고 하는데, 이르다고 보나?

“이르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 지사가 경기도 돈으로 경기도민에게 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특징이 다르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도지사나 시장이 할 수 있다. 나는 이르다고 판단하지만 경기지사가 그렇게 하는 걸 잘못한다고 말할 수 있나. 경기지사 판단대로 집행하고, 결과에 책임지면 된다. 지지층의 갈등 소재로 쓰이는 건 이해 안 된다.”

―야권 단일화될 거라고 보나?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면 선거 쉽지 않을 것이다. 단일화 쉽지 않을 것이고, 솔직히 안되길 바란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단순히 서울시장 후보만 살짝 양보하는 문제가 아니다. 향후 야권을 누가 주도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쉽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양쪽이 각자 후보 만든 뒤 단일화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본다.”

―왜 우상호가 후보가 되어야 하나? “대통령과 우리 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배경에 부동산도 있고 ‘추윤 갈등’도 있지만 총론으로 보면 촛불탄핵에 함께한 이들의 이탈이다. 그분들을 먼저 결집하지 않고 선거 이길 수 있겠나. 범진보 층을 결집할 수 있는 후보와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번 선거는 다시 민주당다운 깃발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보개혁과 민주주의를 이뤄낼 인물을 우리 당의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 본선에서 이기려면 경선 흥행이 필요하다. 현재 박영선 후보가 앞서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거짓말할 수 없다. (웃음) 엎치락뒤치락 경선을 만들어달라. 제가 좀 부족해도 저를 지지해서 박빙 경선으로 만들어 달라.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을 기대한다.”

김원철 노지원 기자 wonchul@hani.co.kr

우상호 의원에게 직설적으로 물은 ‘숏터뷰’(우상호 “내가 박영선보다 낫지만…질까봐 겁나냐고? 응”)를 보시려면 여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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