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3년째 '복붙'한 포스코..작업 위험 알고도 개선은 뒷전

우한울 2021. 2. 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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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스코에서 일하다 암에 걸렸다는 근로자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 지난달에 9시 뉴스에서 전해드렸는데요.

제철소 환경이 과연 안전한 건지, 포스코가 정부에 제출한 위험성 평가 보고서 3년치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분석해보니 보고서는 매년 그대로 베껴 허술했고, 작업 환경은 제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철소의 심장 용광로.

철광석에서 순수한 쇳물을 녹여냅니다.

용광로를 달구는 연료, 코크스는 석탄을 태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COE라는 발암물질이 배출됩니다.

미국에선 세제곱미터당 0.15밀리그램을 허용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직업성 암'을 호소한 근로자 상당수가 여기서 일했습니다.

[김형석/포스코 퇴직자/폐암 환자 : "우스갯소리로 까만 나라, 하얀 나라, 빨간 나라 이 3가지 나라가 있습니다, 회사 안에. 까만 나라는 어디를 지칭하느냐. 코크스 공장."]

문제의 코크스 공정을 포스코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포스코가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위험성 평가 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2018년부터 3년치입니다.

"밸브 조작 때 화학 물질이 샐 수 있다"는 평가.

2018년 내용이 이듬해도, 그 이듬해에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박준권/포항제철소 안전전략사무국 부장 : "(3년째 개선이 안 됐다고 저희들이 보기에는 그렇거든요. 수치로만 보면?) 개인 보호장구라든가 그런 거를… 그 다음에 교육을 통해서 계속 유지해 나가는 거죠."]

유해물질 위험을 마스크와 장갑 착용 등 근로자 책임으로 돌린 겁니다.

[포스코 관계자 : "설비 개선이 있으면 그게 딱 떨어질 건데 설비 개선을 할 수 없는 입장이고…"]

위험성 평가의 신뢰도도 의문입니다.

2018년 보고서, 정체불명의 단어가 눈에 띕니다.

'촨기', '정정'.

문맥상 '환기'와 '정전'의 오타인데, 3년째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내용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복사해서 붙였습니다.

[포스코 관계자 : "시스템적으로 '변동 없음'을 클릭하게 되면 전년도에 취했던 안전조치를 올해도 취하고 내년에도 취하고, 똑같은 문구가 반복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포스코는 작업 현장의 위험을 4M, 네가지 유형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준권/포항제철소 안전전략사무국 부장 : "맨, 머신, 미디어, 매니지먼트 그렇게 있습니다. (미디어면 뭐를 얘기하는 거죠?) 매체라는 개념인데요. 물질들. (물질들? 환경요인들?) 그렇습니다."]

그러나 480여 개 공정 중에 미디어 유형으로 분류된 건 없었습니다.

상당수가 사람, 즉 근로자 행동을 위험 요인으로 문제 삼았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작업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사업주가 일터의 위험을 평가해 정부에 보고하는 것은 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개선 의무는 없습니다.

포스코 코크스 공정 위험성 평가 483개 중에 29%가 3년째 방치됐습니다.

특히 작년엔 재작년 평가를 70% 가까이 그대로 옮겨왔는데, 45개 항목은 위험도 9 이상, 중대한 위험이었습니다.

[박영만/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현장을 개선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거기에 나온 것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시정을 하라고 권고하는 거고…"]

포스코는 "일부 공정에서 위험도를 유지한 건 근로자 경각심을 높이려 한 것"이며, "위험성 평가는 법에서 정한 원칙대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여동용

우한울 기자 (wh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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