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의 뉴스1픽]빛바랜 '세계 최초 5G' 효과
'찐5G' 효과 누릴 B2B 영역, 이해관계자 눈치보느라 이제야 허가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19년 4월3일 밤 11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세계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1호 가입자를 맞이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일궈내던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세계최초 5G를 위해 다소 무리한 일정 추진이 없지 않았지만, 디지털산업에서는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이 어느 분야보다 강하기 때문에 '최초' 타이틀을 얻어내기 위해 정부와 통신사, 단말제조사와 장비업체들은 총력을 다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현재, 우리는 모두 한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최초'가 1등이 된다는 착각, 최초로 하면 '최고'가 될 것이라는 착각이 그것입니다.
◇"5G가 대한민국 미래다" 선언했던 文…현실은 달랐다
5G를 세계최초로 상용화 하면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은 세계 수출길이 활짝 열리고 최초로 단말기를 만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을 호령하게 될 줄 알았죠. 정부도 그런 장미빛 전망을 내놨습니다.
세계최초 상용화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5G 테크콘서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다음과 같이 말했었죠.
"5G는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인프라입니다. 5G가 각 산업 분야에 융합되면, 정보통신 산업을 넘어 자동차, 드론, 로봇, 지능형 CCTV를 비롯한 제조업과 벤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산업 전체의 혁신을 통한 동반성장이 가능합니다. 2026년이면 세계 5G 시장 규모는 1161조 원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529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큰 대규모 미래시장이 창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밝은 전망과 달리 상용화 이후 3년간 우리 기업들이 5G 세계최초 상용화 덕을 본 '사례'는 찾기가 힘듭니다.
우선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토종 통신장비업체들의 현실은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난 3년간 토종 장비업체들의 일거리가 늘어나고 매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세계최초'로 상용화를 한 덕분이 아니라 통신사의 '세대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발주가 증가하면서 당연히 따라온 결과입니다.
5G로 인한 수혜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해외 장비업체 집중됐죠. 삼성전자 장비사업도 한때 점유율이 반짝 증가했으나 전통의 강자에게 금세 자리를 내줬습니다.
우리 단말기는 또 어떨까요.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일조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4100만대의 5G 단말기를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해 10월에 처음으로 5G 단말기를 출시했음에도 단 2개월만에 5230만대를 팔아치우며 삼성전자를 누르고 5G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섰습니다. 최초로 단말기를 개발한 문턱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최초 5G스마트폰 상용화를 위해 함께 뛰었던 러닝메이트이지만 이 회사는 결국 23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누적 5조원의 손실을 떠안은채 최근 스마트폰 사업 철수까지 심도깊게 논의하는 중입니다.
세계최초 상용화의 주역, 이동통신3사는 '승자독식' 효과를 얻었을까요? 3사는 월 8만원 이상 고가요금제로 구성된 5G 요금제 덕에 가입자당월평균요금(ARPU)은 2% 안팎으로 증가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인당 약 600원 정도 증가한 셈이며 통신3사 이익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432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통신3사가 2019년 한해동안 투자한 5G 망 구축 등 설비투자 비용은 9조원에 육박합니다. 2020년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설비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앞으로도 통신3사의 설비투자는 연간 7조원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세계최초로 5G망을 상용화 한 통신사라며 해외 통신사들이 열심히 '배우러' 오기도 했습니다. 유럽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도이치텔레콤, 싱가포르의 싱텔 등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통신사들과 제휴를 맺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게 어떤 대단한 '수출'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융합산업 위한 5G망 구축 더뎌…B2B 전용망도 이제야 첫발
대통령이 강조한 '자동차, 드론, 로봇, 지능형 CCTV를 비롯한 제조업과 벤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산업 전체의 혁신을 통한 동반성장'의 성과는 어땠을까요.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요. 변화에도 꿈쩍않는 철통같은 규제나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 등이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5G 망을 깐 통신사들이 5G 기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 일종의 패착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통령이 언급했던 산업 분야별 혁신이 일어나려면 5G 망이 산업 현장에 촘촘하게 구축돼야 하지만 통신사들은 개인가입자를 위한 공중망 구축에도 현재 허덕이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통신주파수는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받은 통신사들만 할당을 받아 영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나 현대자동차, 삼성SDS 등 통신사업자가 아닌 기업들이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5G망 기반의 설비를 갖추고 싶어도 통신사가 깔아주지 않으면 안되는 답답한 현상이 지속됐었죠.
'유럽의 공장'이라 불리는 독일은 2019년10월, 우리나라보다 6개월 늦게 5G 상용화를 했지만 독일정부는 처음부터 수요기업들이 직접 5G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주파수 면허를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독일은 폭스바겐, 보쉬 등 굵직한 제조업체 102곳이 5G 주파수를 할당받아 자체적으로 5G망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독일은 '제조 4.0'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정보통신기술(ICT) 발다로 쇠락해가던 제조업을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 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최초로 5G를 상용화하고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죠.
정부가 5G 상용화와 동시에 주파수 면허를 확대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세계최초 상용화'를 위해선 이통신3사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상황에서 상용화 이후 추가 이익을 낼 수 있는 B2B 분야 면허를 확대하겠다고 하면 통신사들의 협조를 받기 어려웠을테니까요.
결국 정부는 2년여에 걸쳐 수요를 발굴하는 등 '논리'를 갖춘 후에야 특화망을 허가해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최초로 5G를 상용화 한 국가로서 왜 진작 열어주지 못했나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특화망을 열어주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수요기업과 이동통신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 '진짜 5G'를 열어나가는 첫 발이 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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