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재난.. 공공의료 확충, 취약계층 안전판 마련해야 [연중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확진자 자택서 대기 중 사망 속출
메르스 교훈에도 공공병상 태부족
국가 방역·개인 자유권 충돌 논란
허용 한계 등 사회적 합의 있어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
절대적 학습시간 확대 고민 필요
산업 현장 구조조정 전면화 될 듯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 내놔야
코로나19에 우리는 ‘K방역’으로 맞섰다. 광범위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한 신속한 접촉자 조사 및 차단이 K방역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국민의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더해지면서 K방역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취약한 의료시스템의 민낯은 보기 민망했다. 1∼3차 유행 과정에서 하루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전담 치료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병원 배정을 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는 국가에서 동원할 공공병상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병상 대부분이 민간에 집중된 탓에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상이 다 동원된 뒤 추가 병상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국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최우선하면서 개인 정보와 동선 등이 무차별 수집되거나 종교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막는 조치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방역권과 헌법상 개인의 자유권이 충돌할 때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란 근거에 따라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일부 공개하고 있다”며 “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위법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한다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조절했지만 그만큼 확진자 추적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했다”며 “감염병 대응과 함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동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취업난과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산업 등의 구조조정 문제가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고용 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시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의 복지지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3차에 걸쳐 지급되며 복지재원의 규모와 분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국채를 더 발행하더라도 경제와 복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다만, 국채는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취약계층을 비롯해 소비 진작, 재분배 효과가 큰 선별적인 형태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녹색금융금융특성화대학원의 김종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생명의 위기가 결국 환경, 기후변화, 생태계 등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
을 사람들이 깨닫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은 매우 의미 있다”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ESG(환경보호·사회적 책임·윤리경영)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기업들이 움직이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경·김승환·권구성·이정우·김희원·이복진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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