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발전소 담긴 USB 전달 인정.. '원전' 포함 여부가 최대 쟁점

김주영 2021. 2. 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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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野, '北 원전 추진' 의혹 충돌
野 "北에 보답차원 원전 추진 의심
文대통령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
통일부 "원전이란 단어 없었다"
문서작성 주체 놓고 당정간 혼선
與 "대부분 지난 정권에서 생성"
산업부 "朴정부 때 만든 것 아냐
내부 아이디어 차원 검토 자료"
원전 얘기 나눴나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양측 현안을 이야기하며 산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 원전 건설 관련 내용이 있는지와 이 같은 원전 건설 지원이 보수정부 당시 검토됐던 내용으로 아이디어 차원의 계획인지를 놓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통일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USB 안에는 원전이 아니라 신재생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겼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부터 검토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산업부는 “내부자료로 박근혜정부 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당정간 혼선도 빚어졌다. 야권은 산업부 공무원들의 파일 삭제 배경을 공개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여당은 “망국적 색깔론”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소환된 ‘MB·朴 정권’… 여야 ‘난타전’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31일 서면논평에서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처음 언급했다”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방해를 위해 파쇄됐다는 문서 대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생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문제의 문서는 내부 검토자료라고 반박했다. 여당 반박을 산업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관련 문건은 박근혜정부 때부터 검토됐다고 주장했지만 신희동 산업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산업부는 문제가 된 파일들의 구체적 내용이나 삭제 경위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차원의 ‘대북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누구의 지시에 따라 (북한 원전이) 추진된 것인지, 국민의 공감대 없이 극비리에 추진한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정권 차원의 보답으로 북한 원전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복원된 자료 원문을 즉시 공개하라”고 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긴급 대책회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야당은 특히 현 정부가 월성원전 1호기 폐쇄 등 ‘탈원전’을 추진해왔으면서도 북한엔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이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남쪽엔 원전파괴, 북쪽엔 원전건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책임 있고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 내용 등이 공개된 뒤 북한 원전 의혹이 일자 정부·여당은 ‘산업부 내부의 아이디어 차원 검토 자료였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2018년 도보다리서 金에 건넨 USB 공방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북한 김 위원장과 가진 ‘도보다리 회담’에서 발전소 관련 내용이 포함된 USB를 건넸다는 의혹을 두고도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도보다리 회담 당시 현장에 있던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의혹이 “물론 거짓”이라며 “악의적 왜곡”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뿐”이라고도 적었다. 조 전 비서관은 4·27 판문점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의혹은 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발전소 USB 의혹이 도보다리 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발전소 문제…”라고 발언한 것으로 포착됐다는 언론 보도 이후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제기된 의혹이어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이틀 뒤인 30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내가 구두로 그것(발전소 문제)을 논의한 적은 없다. 다만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엔 (발전소 관련 사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관련 사안’이란 수력·화력·LNG(액화천연가스)·신재생 에너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남북 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USB를 건넨 사실은 맞다고 확인했다. 윤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USB를 건넸지만, 그 안에 원전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한반도 신경제 관련 대북구상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롭게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USB 자료는 이 같은 대북구상을 심화 발전시킨 ‘참고자료’라는 것이 윤 의원의 설명이다. 통일부도 당시 건네진 자료에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이날 밝혔다.

김주영·이정우·홍주형·배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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