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주노동자·장애인..백신 접종서도 소외될라?
접종 계획에 '윤리적 원칙' 부재.."불평등 막아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정부가 이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 소외 계층의 백신 접근권을 제고하기 위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공백 상태를 빚었던 만큼 백신 접종에 있어서는 차별과 배제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지난달 28일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인권시민사회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담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신속'을 목표로 일정 수준의 백신 접종률에 도달하기 위해 효율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의료 취약계층의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주장했다.
비수도권 농어촌의 노인, 노숙인, 비정규 노동자, 빈곤층, 미등록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의 경우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의료 접근성이 높지 않은데 이들을 접종 체계에 포함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취약계층들이 차별·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은 감염 확산 초기서부터 계속돼 왔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실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의 피해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치료를 받던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퇴원당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무료진료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빈곤층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지난달 25일에도 성명을 통해 "온 국민에게 동등하게 나눠 준다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정에서 주민등록기준이 불분명한 홈리스(노숙인)는 배제됐다"라며 그간 정부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서 소외 계층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현재까지 발표한 (백신) 우선 접종 권장 대상안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반복된다"라며 "의료기관 종사자에 병원의 정규직 직원이 아닌 파견업체 돌봄노동자나 시설관리자가 포함되는지, 이동이 어려운 독거노인과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접종 방법은 마련했는지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홈리스와 이주민, 난민에게 차별 없이 백신 접종이 이뤄질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집담회가 열렸던 28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2월 중 접종을 시작해 1분기 안에 130만명의 접종을 목표로 하고 9월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해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가장 먼저 백신을 맞게 되는 대상자는 수도권 지역에서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이다. 이후 거점전담병원, 감염병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및 생활치료센터 관련 의료진이 접종을 하게 되며 이와 함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종사자와 입소자들에 대한 접종도 우선적으로 이뤄진다. 요양시설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를 위한 방문 접종도 진행된다.
2분기부터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부터 순차적으로 접종이 진행되며 노인재가복지시설, 장애인 거주·이용시설 등 코로나19 취약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들과 의료기관 근무 의료인 중 1분기 대상에서 제외됐던 의료인들 또한 2분기 접종 대상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하반기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공공의료가 전체의 10%밖에 안 될 정도로 의료의 공공성이 없는 상황에서 방문 접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공의료 능력에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소외된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접종을 진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평등하고 차별 없는 접종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미시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홍조 건양대 의과대학 교수의 경우에는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에서 '윤리적 원칙' 수립이 미비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최 교수는 "백신 계획을 수립을 할 때 전 세계적으로 과학적 근거, 윤리적 원칙, 실행 가능성, 세가지 준거를 놓고 우선순위 결정을 논의한다"라며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과학적 근거와 실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 이외에 윤리적 원칙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의 윤리적 원칙에 대해서도 지난해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지난해 12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접종을 완료하기까지 수주의 시간이 소요되고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회적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최선의 방역 전략을 위해서도 분배의 원칙과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의 의학적 근거에 더해 동등한 치료 기회, 건강 불평등의 완화, 공정성, 투명성 등 백신 분배를 위한 윤리 원칙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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