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만년 2인자'로 남나..세계 1위 애플에 밀리고, 인텔에 치이고
역대급 영업益 기록하고도 애플·인텔에 밀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점유율도 애플에 내줘
인텔, 굳건한 1위…TSMC에도 밀린 삼성은 3위
대대적 투자·M&A 예고했지만 ‘가시밭길’
미·중 무역갈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정작 주력 사업인 모바일(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 등)과 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인 애플·인텔과의 격차를 전혀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보다 무려 3배나 많았다. 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은 점유율 23.4%로 삼성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인텔은 2017년 2분기 삼성전자에 역전을 허용한 뒤 2019년 1분기 이후로는 전혀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등 다양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만년 2인자’로 남을 것이라는 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유하고 있는 116조원의 현금으로 3년 내 대규모 M&A를 추진하는 등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경쟁자들 역시 대대적인 투자 등을 예고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애플, 4분기 매출 1000억달러 시대 열어…아이폰 12 질주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14억3900억달러(약 124조6000억원)를 기록,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4분기 영업이익은 287억5500만달러(약 32조1500억원)로 나타났다. 이런 호성적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 12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다. 코로나19 비대면 흐름을 타고 아이패드와 맥 등의 매출 역시 두 자릿수 성장했다.
삼성전자 IM 부문은 지난해 99조5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애플의 분기 매출보다 적은 수준이다. 또 IM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11조4700억원)도 애플의 분기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9010만대를 출하, 점유율 23.4%로 세계 1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은 같은 기간 7390만대 출하에 그치며 점유율 19.1%로 20%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의 조기 등판으로 이 시장에서 잃은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이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실적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시장은 6억대 규모로, 2억7000만대 수준이었던 지난해의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29%로 1위가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16.8%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 위기라는 인텔, 세계 1위…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TSMC에 밀려 3위
인텔은 지난해 매출 779억달러(약 87조1300억원), 영업이익 237억달러(약 26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7.5% 늘었다. 경쟁 업체인 AMD에 추격을 당하고 미세공정 도입에 어려움을 겪지만, 여전히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72조8600억원의 매출과 18조8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2%, 4.8% 증가했지만, 인텔의 실적 성장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2분기 인텔을 추월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으나, 2019년 1분기부터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고 이후로는 다시 앞서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TSMC와 비교해서도 영업이익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지난해 매출 1조3615억타이완달러(TWD·약 54조3000억원), 영업이익 5565억타이완달러(TWD·약 22조2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매출 면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아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약 3조원 많았다. TSMC가 삼성전자보다 더 효율적으로 장사했다는 의미다.
TSMC는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반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20조를 돌파하면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올해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 31조원의 돈을 설비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 대대적 M&A와 시설투자 예고한 삼성전자…"역대급 투자 아니면 힘들 것"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지난달 28일 2020년 연간 및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16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이 자금이 자동차용 반도체나 파운드리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는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점유율 2위인 네덜란드 NXP와 4위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시기도 대상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당장 M&A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설투자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19년보다 43% 늘어난 38조5000억원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시설에 투자했다. 올해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해 파운드리 투자가 점쳐진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TSMC를 쫓고 있는) 산업 구도상 파운드리에 대한 설비 투자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사업 부문에 11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에서 TSMC와 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영원한 2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애플이 플래그십 5G 시장에서 아이폰12로 치고 나간 가운데, 삼성전자의 모바일 역량을 기반으로 폼팩터(기기 형태) 혁신 등 기술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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