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이사진 교체 앞둔 신한금융..지배구조 재편 불가피

유진우 기자 2021. 2.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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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며 문제 제기를 한 가운데, 신한금융지주가 곧 열릴 이사회에서 이사진을 다양화할지를 두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간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신한금융그룹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그룹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신한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조 회장, 기타비상무이사에 속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필립 에이브릴 BNP파리바 일본대표, 사외이사 10명을 합쳐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15년 이후 이사회를 이끌었던 박철 이사회 의장, 재일교포 주주를 대변하던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가 오는 3월을 끝으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제1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와 별도로 올해부터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아시아 최대규모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이 이사회 멤버에 추가된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두 사모펀드를 주요 주주로 끌어들이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각각 한 장씩 줬기 때문이다.

새로 생긴 두 자리를 더해 이사회가 1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박 의장과 히라카와 사외이사의 빈자리를 더하면 이번 이사회에서는 의장을 포함해 최소 새 사외이사 4명을 선임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네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에 따라 신한금융 지배구조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통적으로 신한금융은 지금까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을 가장 크게 반영했다. 이들 출자금이 1982년 신한은행 설립의 근간이 됐고, 현재도 10% 안팎으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기 때문이다. 현직 조 회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이전에는 취임 후 분기마다 한 번꼴로 직접 일본을 찾아 재일교포 주주들과 교감을 나눴다.

현재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이번에 물러나는 히라카와 사외이사를 포함해 재일교포 출신은 박안순·진현덕·최경록 등 4명이다. 이들 재일교포 주주들은 10~15% 남짓한 지분으로 사외이사 중 4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이사 전문성이 부족하고,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을 제고하라"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재일교포 이사 비중은 올해 두 외국계 사모펀드가 재일교포 이사를 내세우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두 사모펀드가 이사회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면 재일교포를 이사직에 앉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는 ‘글로벌 선진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다양한 국적의 이사 후보군을 발굴’해야 한다.

한 금융권 감사는 "사외이사 정합성(整合性) 제고를 요구한 금감원에 최소한 성의를 보이려면 기존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대신 새로 자리를 내준 글로벌 사모펀드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금융당국 개입에 방패막이가 돼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신한금융투자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라임 사모펀드 사태' 관련 판매사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새로 끌어들인 사모펀드가 기존 재일교포 주주·이사회,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타 주주들과 전략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여부다.

기존 재일교포 주주들은 그동안 조 회장이 신한금융을 이끄는 든든한 원동력 역할을 했다. 지난해 3월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신한금융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을 때, 우호지분의 중심축 역할을 한 것도 재일교포 주주들이다.

그러나 올해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이사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 이전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당국의 중징계 조치가 나온다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다른 주주들이 조 회장 연임이나 사모펀드 유치가 적합했는지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볼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율 경영이라는 명목으로 재일교포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를 제대로 못 한 결과에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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