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택배 이용하고 돈 안줘?"..CJ 대한통운, 오리온에 소송

CJ대한통운-오리온, 미지급 운임비 놓고 법정다툼
대기업간 이례적 소송...물류사 교체·불화설 제기

CJ그룹 물류계열사인 CJ대한통운이 식품회사 오리온을 상대로 미지급 운임비를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일 유통 및 법조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000120)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오리온(271560)을 상대로 미지급 운송료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소장을 접수했다. 지난 달 12일 양사의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 시내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오리온측과 손해 금액과 관련해 협의를 해 왔지만 양사간에 이견이 있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대한통운은 오리온의 제품 배송을 대행하는 내용의 물류 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각 지역 영업소로 전달하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그러나 배송 지연으로 각 지역 영업소에 물건이 지정 시간까지 도착하지 않는 사고가 여러차례 발생했다. 오리온은 영업소 물량 부족으로 대형마트 등 주요 판매처에 상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했고, 이 타격으로 매출이 줄어 피해를 입었다. 또 판매처로부터 일종의 패널티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오리온은 운송대행 계약서 상의 손해배상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3억6000만원으로 산정하고, 이 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운임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 미지급 운임비를 내 놓으라며 소송을 냈다.

오리온 관계자는 "대한통운 측이 운송을 지연해 양사간의 운임 계약을 위반한 일이 발생했다"며 "해당 계약에 따라 손해액에 대해 일부 공제하고 운송료를 지급했다"고 했다.

업계에선 두 기업의 운송료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확대된 것과 관련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의 매출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액수인데다, 통상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양사 실무진 선에서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CJ가 오리온의 물류업체 교체에 반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리온은 이 사건 이후 CJ대한통운과 계약을 종료하고, 지난해 현대글로비스(086280)와 물류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오리온은 중국 생수 사업 물류운송권 입찰에서도 CJ대한통운이 아닌 판토스를 낙점했다. 당시 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와 CJ대한통운의 맞대결로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스낵 중심으로 판매했던 오리온이 가정간편식(HMR)과 음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양사간 불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의 대주주인 CJ제일제당(40.16%)과 사업영역이 겹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오리온과는 2019년말로 계약이 종료됐으며, 소송 제기와 운송사 변경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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