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최승재 "직장인 1년 월급 거의 못받았다면 폭동 났을 것"
"자영업자 영업재개 절실..소급 없는 손실보상 무의미"
긴급 무이자 대출·전기료 감면·매출기준 보상체계 등 제안
"소급 적용 안 되면 손실보상제는 의미 없는 얘기" 지적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직장인들이 1년 동안 월급을 거의 못 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폭동이 일어났을 겁니다.”
21대 국회에 입성하기 전 그는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지내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권익 향상에 앞장서왔다. 사상 유례 없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영업 제한 행정명령으로 장사를 못하게 된 자영업자들이 오갈 데가 없다는 게 최 의원 설명이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이전부터 누적돼온 여러 조치들로 상황이 어려운데, 각종 빚으로 연명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며 “이미 관에 들어갔는데 아직 장례식을 못 치른 것뿐이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방안 중 하나는 영업을 재개해주는 것이다. 최 의원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장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소급 적용이 불발된 데 대해선 “2월에 백신이 나오면 영업제한이 완화될 텐데, 그땐 보상을 안 해주겠다는 건가”라며 “소급 적용 없는 손실보상은 의미 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그는 무이자 긴급 대출, 전기료 감면, 매출을 바탕으로 보상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이후 얼마나 어려운가.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잘 알텐데
△지금까지 겪지 못한 재난이다. 급여 생활자들이 1년 간 급여를 거의 못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근데 각종 공과금 등 비용을 내고 있다. 살 수가 있겠나. 살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폭동이 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업 제한 업종 소상공인들은 이걸 당연하게 겪으며 살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전부터 이미 여러 조치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각종 빚으로 연명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미 관에 들어갔는데 아직 장례식을 못 치른 것뿐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국회 정치권에 가장 바라는 요구는 뭔가
△기본적으로 정치권을 신뢰하지 않았다. 정치권은 싸우는 모습만 보이고 현장과 괴리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생각하는 건 간단하다.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장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굶어죽지 않게 응급조치를 해달라, 그게 빚이라면 갚겠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
-지난해 9월에 행정명령으로 입은 손실을 정부 보상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내놨다
△중요한 건 헌법 23조다. 외국은 영업제한하면 보상해주는 걸로 안다. 보상은 기본적이다. 실제로 독일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2개월 간 전년도 매출액 기준 최대 적자의 75%를 보전해줬다. 2017년 포항에서 지진이 났을 때도 나라에서 보상해줬다. 풍수해 등은 나라에서 보상을 해주지만 대규모 감염은 없었기에 보상의 근거를 만든다는 것이 이리 심각해질지 몰랐던 거다.
-지난해 9월에 이미 문제가 심각했으나 여야가 절박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 9월에 내가 당내 소상공인위원장으로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논의하면서 예산안 555조원의 20% 정도는 보상 관련 예산을 책정하라고 주장했었다.
-손실보상에서 소급 적용을 안 하겠다고 해 논란이 크다
△소급 적용이 안 되면 (손실보상은) 의미 없는 얘기다. 백신이 2월에 도입된다고 하는데, 그럼 한 두달 도와주겠다고 법을 발의한다는 건가. 백신이 나오면 영업제한이 완화될 텐데 그럼 보상을 안 해주겠다는 거 아닌가. 1년 간 영업이 제한돼 엄청난 손실을 받고 멀쩡한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라는 소리냐. 무대책이다.
우선적으로 할 일은 지금 이미 물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공과금도 못 내고 연체되서 전기료를 못 내는 사람들에 대해 감면 조치를 해주는 게 손실보상 진정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정부가 과감히 결단하면 가능한데 왜 하지 않나
△바로 할 수 있다.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뒀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왜 지난해 9~11월에는 안 하고 지금 하는 건가.
-정부가 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건가
△2019년도에 폭염이 있었는데, 전기료 감면 얘기 나오니 전기료를 깎아줬다. 지난해 코로나로 힘든데 자영업자들이 전기료를 감면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전기료를 안 내면 끊어버렸다. 코로나19가 더 큰 재난인데, 대통령의 의지로 3개월의 납부 연장만 시켜줬다.
-급여 노동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나온다
△틀린 얘기다. 소상공인들은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각종 간접세까지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 부분도 내야한다. 그런 논리라면 돈을 버는 계층에만 돈을 쓰고 경제 활동이 없는 노인들에겐 복지 혜택을 누리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
자영업자들도 날 때부터 자영업자가 아니다. 국가라는 사회에 여러 구성원 중 하나다. 자영업자들도 골목상권에서 대기업 생산품을 소비시키고 창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고용하지 못한 사람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과거 IMF 때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은행 및 대기업에 투자했다. 그때 살렸다. 대기업이 무너져내릴 때 근로자들의 급여를 위해 공적자금을 쏟아 대기업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걸 논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지난 1년 간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소상공인들이 정답을 내줬다. 정부에서 긴급한 자금을 융통해주고, 매출로 보상 체계를 만들고 그 다음에 탕감을 시켜주든 나중에 갚게 하든 하면 된다.
최저임금이나 임대료는 보상 기준이 될 수 없다. 매장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매출이 1억원이면 이익이 100만원인 데도 있고 1억원인 데도 있다. 지금은 우선적으로 긴급 재난 지원금 대신 무이자 대출부터 해줘야 한다. 대출이 막혀서 임대료와 공과금 모두 밀린 상태다. 대출해주고 영업도 재개해줘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국가 예산 100조원을 마련해서 소상공인을 돕자고 했는데 가능한가
△국정감사를 해보고 예산을 봐보니 납득이 된다. 올해 555조원인데, 이 정부가 예산을 방만하게 올려놓더라. 행사의 경우 예산을 올려놓고도 코로나19로 못 치르는 부분이 어마어마하다. 아무 것도 못한 예산에 출장도 안 하고 불용 예산이 많다. 예비군, 각종 단체·부처 예산 등이 다 잡혀 있다.
-불용 예산들을 합하면 100조원이 되나
△뉴딜, 태양광 예산 등 엄청나게 많은데 시도조차 안 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미래 예산이다. 중소상공인들은 당장의 생존이 문제인데, 그들에게 ‘다음 생을 위해 죽으라’고 하면 납득하겠나.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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