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담보 없어도 OK"..작년 은행 기술신용대출 30% '껑충'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중소기업에 제공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1년 전보다 30%가량 늘어난 267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도가 낮고 부동산 담보도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로, 이들이 보유한 기술의 시장성·사업성 등에 따라 돈을 빌릴 수 있다. 은행권은 부동산 담보 위주의 대출 정책만으론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 기술 평가 인력을 보충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관련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7개 특수·시중·지방은행이 지난해 중소기업에 빌려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2월 말 기준 266조8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19년 말(205조4800억원) 대비 29.8%(61조3668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016년 92조8550억원, 2017년 127조7199억원, 2018년 163조4834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잔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38조719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는 신한은행(36조5372억원), 하나은행(31조5267억원), 우리은행(33조7652억원), NH농협은행(12조5807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증가율대로 줄을 세워보면 NH농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2018년 7조2927억원에서 12조5807억원으로 1년 만에 72.5% 늘어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나머지 신한은행(39.6%), 하나은행(29.7%), KB국민은행(27.1%), 우리은행(26.4%) 등도 20조~30조원대 초반에서 30조원대 중후반으로 잔액이 불어났다.
기존 부동산 담보 위주의 대출 정책에서 중소기업은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았다.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고 건물·토지 등이 없어 담보로 맡길 부동산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기술신용대출이 도입되면서 보유한 기술의 기술성·시장성·사업성 등이 뛰어나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도입 초기에는 은행도 기술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보니 기술신용대출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신용대출이 처음 시작된 2014년 말 대출 잔액은 1조4413억원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부동산 담보 위주의 여신(대출) 정책만으로는 은행이 계속 성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이후 꾸준히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늘리고 관련 데이터와 노하우 등이 쌓이면서 기술신용대출 취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술신용대출 잔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NH농협은행의 경우 변리사, 공학박사 등 기술 평가 관련 인력을 기존 10명에서 20명으로 2배 확대하고, 각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술신용평가 관련 가중치를 높였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 특성상 농업 관련 기업 대출이 많아 기술금융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 중"이라며 "기술금융을 담당하는 조직도 기존 여신기획부 소속에서 올해부터 독립된 기술금융단으로 승격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기술신용대출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전엔 의사들이 개원할 때 기술신용대출을 이용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등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은행이 대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기술 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술금융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으로 명확히 하고, 기술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규범과 윤리 원칙을 제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발표한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에 맞춰 올해는 더욱 기술 연관성이 높은 업종에 기술금융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특히 신성장사업과 벤처, 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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