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홍 부총리 장기집권에 과장들 동작그만?..뒤숭숭한 기재부 인사시즌
보통 1월말 이뤄지는 과장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 직원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임기간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고, 어쩌면 현 정부 임기말까지 기재부 장관 교체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에 따라 올해 인사에서 주요 과장들이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과장급 인사를 앞두고 인사 대상자들에게 선호 부서를 묻는 수요조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이 소문은 점점 더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과장급 인사를 암시하는 수요조사 공지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 일주일 간의 수요조사 기간과 설연휴 기간, 실·국장 인사 등을 반영한다면 인사가 2월 말이나 늦으면 3월로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언제 인사를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며 "수요 조사는 인사를 앞두고 진행되며, 115개의 과장급 자리에 몇 명이 이동하는 등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종전 관례와 배치된다. 최근 5년(2016~2020년)간 기재부의 과장급 정기인사는 1월말부터 2월 중순에 이뤄졌다. 2019년(1월30일)이 과장급 인사가 가장 빨랐고, 지난해에는 2월17일 인사가 발표됐다. 작년 기준이라면 지금쯤이면 실장국 인사와 함께, 과장들의 수요조사가 진행돼야 할 시기였다.
작년 과장급 정기인사에서는 115개 과장 직위 중 68개(59%)가 새주인을 찾았다. 2019년에는 과장급 106개 보직 가운데 79개(74%) 보직이 교체됐다. 국실 총괄, 차석, 삼석 과장이 세트로 움직이는 정부 부처 인사 특성상, 대규모 과장급 인사는 인사적체 해소와 신진 인사 발탁이 이뤄지는 대규모 ‘잡 마켓(job market)’ 역할을 했다.
과장급 인사가 늦어지면 연(年)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는 상당수 국실의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매년 세법개정안과 정부 예산안을 만드는 세제실과 예산실의 경우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차관과 실장급의 인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만큼, 윗선 인사의 규모에 따라 도미노식 줄줄이 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한 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지, 올해는 인사를 앞두고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보통 인사팀에서 수요조사를 한다고 문자가 오는데 올해는 조용하다. 빨리 새로 갈 부서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데, 인사 소식이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과장급 정기 인사가 늦어지는 주된 원인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에 대해 적극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올해 경제반등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외치는 홍 부총리 입장에서 대규모 인사에 따른 조직 변동이 달갑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내부에서는 복도 통신(소문)이 무성한 상태다. 가장 대세론으로 꼽히는 소문은 이른바 ‘동작그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시적으로 극복되는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주요 보직자를 연임시키는 등 인사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번 중기벤처부, 문화체육관광부 개각에서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이른바 경제팀이 유임된 점도, 기재부의 ‘동작그만 인사’ 가능성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재임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주요 총괄 과정들의 경우 ‘부총리 임기’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2018년 12월10일 임기를 시작한 홍 부총리는 이날로 취임 782일째다. 이미 역대 두번째 장수 부총리인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기재부 장관(660일)을 지난 9월 넘겼다. 홍 부총리가 오는 3월 말까지 재직할 경우, 역대 최장수 기록을 가진 윤증현 장관(842일)의 기록을 깬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 된다.
이 경우 기재부 과장급 인사에서 적체가 상당히 쌓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재부 차관이나 차관보급 관료가 다른 부처 장·차관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지 않아 다른 부처에 비해 고참급이 국과장을 맡는 인사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경우, 과거 다른 부처 장관이나 차관을 많이 배출하면서 인사 적체를 해결해왔다"며 "다만 이번 정부 들어서 윗선이 갈 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대부분 인사를 내부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기재부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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