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가짜 특수강' 판치는 한국.. 시장교란에 부실공사도 우려

권가림 기자 2021. 2. 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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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저질, 짝퉁 그리고 왜곡.. '메이드 인 차이나' : 일본만큼 나쁜 중국] (1부)저가로 올라선 'G2의 실체' ②"한국산과 똑같아요" "20만원 더 싸요" 유혹

[편집자주]국경 간 장벽이 점차 사라지는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미국과 함께 ‘G2’로 올라선 중국. 거대한 인적 자원과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무섭게 성장한 중국은 정보통신기술(IT)뿐 아니라 건설·조선·철강·소비재 분야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 기대려는 중국 금융자본과 문화 콘텐츠의 증가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이면에는 ‘믿을 수 없는 중국산’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신흥강국으로 부상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급성장했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값싼 자재나 저가 수주도 모자라 낮은 품질과 짝퉁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세계 경제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 상장한 해외 기업 가운데 분식회계 등 문제를 일으켜 퇴출된 종목 역시 대부분 중국기업이다. 국가 간 협업과 교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중국의 문제는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봤다.

스테인리스 코일. /사진=포스코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자국 철강 수요가 부진할 때마다 한국에 ‘저가 제품 수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특수강으로 위장하거나 엉터리로 인증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철강 관련 무역규제 조치가 적어 이를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와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는 철강업계에 또 다른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中 저가 공습에 “이젠 못 참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가 중국을 상대로 덤핑방지관세 부과 조사를 신청한 제품은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과 H형강이다.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덤핑조사는 포스코가 이의제기를 하며 시작됐다. 이 제품은 자동차·조선·항공은 물론 저장 탱크 등 산업용 기계 부품과 엘리베이터·싱크 등 건축 내·외장재 등에 핵심소재로 사용된다.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제품의 국내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국내산이 46.2%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한다. 중국은 이 제품 가격을 한국산보다 톤당 20만원 이상 낮춰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인 중국의 ‘청산강철’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만든 후 국내 수입물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원가절감에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중국 조강생산량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가뜩이나 국내 스테인리스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이 가운데 중국의 저렴한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제품이 덤핑 수입되면서 시장점유율·판매가격·영업이익률 하락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포스코는 호소했다.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제품은 스테인리스열연과 스테인리스냉연으로 나뉘는데 냉연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189만톤이다. 국내 수요는 절반인 100만톤에 그친다. 무역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 판정할 예정이다. 확정될 때까지 국내 철강사의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테인리스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포함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품목으로 미래 산업의 핵심 전략 소재인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저가 중국산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경쟁 우위를 챙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H형강에 대해선 덤핑방지관세 부과와 가격약속이 시행되고 있다. 가격약속은 덤핑 물품의 수출자가 자발적으로 수출 가격을 인상해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다. 관세율은 28.23~32.72%로 책정됐다.

당초 H형강 덤핑방지 조치는 지난해 7월29일까지였지만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요청에 따라 5년 더 연장됐다. H형강은 덤핑방지가 시행된 첫 철강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산보다 톤당 5만원 이상 낮춰 국내 유통업자에 제품을 판매했다. 현대제철의 H형강 내수 비중은 50%, 동국제강은 95%로 값싼 중국산 H형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무역위의 조치로 값싼 중국산 H형강의 수입은 막았지만 최근엔 품질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산업규격(KS)에 미달한 저급제 철근이 인증을 받은 것처럼 둔갑돼 수입되고 있다. 이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열연·냉연·후판 수출 증치세도 ‘여전’


2020년 1~11월 중국산 철강제품 국내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은옥 기자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도 철강업계를 위협하는 요소다. 대표적 사례는 중국 정부의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이다. 중국은 수출을 장려하지 않는 보통강(일반 강재)에 대해선 수출증치세를 환급해주지 않지만 수출을 장려하는 ▲보론강 후판·열연박판 ▲보론강 열연협폭코일 ▲보론강 선재 ▲보론강 봉강 등 특수강에 대해선 9~13%의 철강 수출증치세를 환급해줬다.

이 때문에 중국 철강사는 보통강에 합금용 첨가제인 보론(붕소) 극소량(0.008%)을 넣어 합금강 즉 특수강으로 위장해 국내에 수출했다. 이 경우 중국 철강사는 28%(수출세 15% 면세+수출증치세 환급 13%)의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중국 철강업체는 정부로부터 받는 환급금 덕에 가격 경쟁력이 생기며 10% 넘게 싼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하는 효과를 봤다.

정부의 간접 지원으로 생산 설비도 무섭게 늘려갔다. 국내 철강업계의 반발로 보론강의 수출증치세 환급은 폐지됐지만 열연·빌렛·냉연·철근·후판 등엔 13%의 수출증치세를 환급받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1월 ▲열연 979882톤 ▲냉연 404786톤 ▲후판 696116톤 ▲철근 246072톤 등의 중국산을 수입했다.

중국 정부가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에 40%의 수출 관세를 책정해 고철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을 경우도 더러 있다. 이재진 한국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은 “고철은 산업 역사가 오래된 중국·일본·미국 등에서 주로 나온다”며 “중국은 자국 수요가 많을 땐 세금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제작한 H형강. /사진=현대제철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수입이 줄었지만 세계 경제활동이 정상화될 경우 언제든 한국으로 저가 밀어내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반덤핑과 상계관세 같은 무역 규제가 적은 편이어서다. 특정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일정 가격 이하의 수입을 금지하는 세이프가드와 최저수입가격 제도를 비롯해 관급재를 조달할 때 국산재 사용을 장려하는 제도도 없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인도 등은 철강 관련 무역구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강력한 무역구제 조치를 취하면 상대방에서 보복 조치를 할 우려가 있다”며 “한국은 수출 중심이라 득보다 실이 커 기업이 함부로 제소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도 중국산 저가 제품을 막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저가 제품을 규제할 근거가 없다”며 “다만 비규격 짝퉁 제품은 행정력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돼야 한다”고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미흡하다”며 “저가·가짜 중국산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입돼 시장이 교란되면 고용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벌크선까지 싹쓸이


최근엔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벌크선 예약을 싹쓸이하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1월25일 기준 1765로 올 들어 28% 뛰었다. 중국에서 철광석과 석탄 등의 재고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1억3000만톤을 넘었던 중국 철광석 항구 재고는 1월 들어 1000만톤 줄었다. 전기차 판매 급증과 건설공사 확대 등으로 중국 내 제철소 가동률이 높아지자 철광석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벌크선을 중국이 휩쓸자 국내 중견 철강사는 배를 구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중견 철강사는 대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보다 수출 물량이 적은 만큼 협상력이 약하다. 한 중견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이란 거대 시장이 운송까지 침범하고 있다”며 “물량을 한꺼번에 모아서 2~4배 높은 운임을 내며 보내고 있는데 갈수록 배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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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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