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입찰 무법자' 중국의 저가수주로 몸살 앓는 한국 건설·조선

김노향 기자 2021. 2. 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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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저질, 짝퉁 그리고 왜곡.. '메이드 인 차이나' : 일본만큼 나쁜 중국] (1부)저가로 올라선 'G2의 실체' ①질서 어지럽히고 '안전 사고' 나도 태연

[편집자주]국경 간 장벽이 점차 사라지는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미국과 함께 ‘G2’로 올라선 중국. 거대한 인적 자원과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무섭게 성장한 중국은 정보통신기술(IT)뿐 아니라 건설·조선·철강·소비재 분야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 기대려는 중국 금융자본과 문화 콘텐츠의 증가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이면에는 ‘믿을 수 없는 중국산’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신흥강국으로 부상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급성장했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값싼 자재나 저가 수주도 모자라 낮은 품질과 짝퉁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세계 경제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 상장한 해외 기업 가운데 분식회계 등 문제를 일으켜 퇴출된 종목 역시 대부분 중국기업이다. 국가 간 협업과 교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중국의 문제는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봤다.

건축·토목·플랜트 건설 분야 수출 역군으로 불리던 국내 건설업체가 2010년대 중반 이후 해외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중동 발주처의 저유가 불황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국 업체의 무분별한 저가 수주가 꼽힌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 지난해 6월 인도수도권교통공사(NCRTC)가 발주한 델리-메루트 고속철도(RRTS) 건설 프로젝트 입찰에 한국의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회사 SK건설이 참여했다. 국내 공공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발주처와 자문 용역계약을 체결해 한국 업체의 수주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는 중국 상하이터널엔지니어링(STEC)이 공사를 따냈다. STEC는 공사금액으로 최저가인 112억6890만루피(약 1800억원)를 제시했다. SK건설 컨소시엄은 이보다 350억원이 더 높은 134억6290만루피(약 2150억원)를 써냈다. STEC가 제출한 금액은 인도 최대 건설업체 L&T(Larsen and Toubro)보다도 70억원 낮은 금액이다.
#. 올 초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 대우건설이 이라크 알 포(Al Faw) 신항만 컨테이너 부두 추가 공사계약을 따냈다. 공사금액은 26억2500만달러(약 2조9000억원). 대우건설 연간 매출(2019년 기준)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 공사를 최종 수주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2013년부터 알 포 신항만사업에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추가 공사의 계약 조건을 놓고 이라크 정부와 한동안 협상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업체가 이라크 발주처에 지속적으로 저가 공사비를 제시하며 수주 공세를 펼치자 대우건설은 사업비를 더 낮춰달라는 압박을 받았다.

건축·토목·플랜트 건설 분야 수출 역군으로 불리던 국내 건설업체가 2010년대 중반 이후 해외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중동 발주처의 저유가 불황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국 업체의 무분별한 저가 수주가 꼽힌다. 해외건설협회가 조사한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수주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중반 급성장해 2010년 71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200억~300억달러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시장 점유율은 ▲2016년 21.1% ▲2017년 23.7% ▲2018년 24.5% ▲2019년 25.4%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 건설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7.3% ▲2017년 5.3% ▲2018년 6.0% ▲2019년 5.2% 등으로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순위도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무한신뢰로 글로벌시장을 압도해 온 K-조선 역시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렸다. 중국 조선업체는 정부의 금융지원에 힘입어 저가 수주전략을 펼친 결과 지난해 1분기 글로벌 수주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발주량 순위에서 1위를 지켰지만 중국의 마구잡이식 수주 전략에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중국의 저가 공세… 한국 건설업체 피해 잇따라


글로벌시장에서 공사비가 저렴한 만큼 저품질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건설은 2010년대 들어 급성장했다. 정부의 저금리 대출을 이용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기술인력을 영입해 기술 수준을 높인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건설 매출은 2014년 이후 글로벌시장 점유율 1위다. 이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수출정책(일대일로)에 힘입은 것으로 중국 건설업체는 금융지원뿐 아니라 해외투자 심사 간소화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이 참여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는 전세계 1700여건에 이른다.

2010년대 초호황기를 틈타 국내 건설업체도 ‘묻지마 해외수주’에 뛰어들었지만 저가 수주 경쟁에 휘말렸다. GS건설은 2013년 해외 저가 수주로 1조원의 손실을 냈다.

단지 국내 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만이 아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글로벌시장 상위 10개 업체 중에 절반이 중국 업체일 정도로 기술력 면에선 뒤지지 않는다”며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건설공사는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데 중국 업체의 경우 자국 인력을 데려와 일을 시키고 저가 수주를 조건으로 운영권을 보장받아 추가 수익을 얻다 보니 발주처가 빚만 안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우건설이 올 초 수주한 이라크 알 포 신항만사업 입찰 때도 이 같은 문제가 있었다. 중국 업체는 발주처인 이라크 정부에 대우건설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수주에 실패했다. 이유는 중국 업체가 내세운 조건이 단순시공만이 아닌 20년 운영권을 보장받는 것이어서 발주처 입장에서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 업체가 사업을 영위해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제 기여 없이 이익만 가져간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낮은 공사비만 보고 중국 업체에 사업을 제공했던 현지 발주처가 이익 없이 부채만 남는 피해를 입은 후 중국을 기피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제는 기술력에선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분야만 보면 여전히 하자 발생이 많아 신뢰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K-조선’ 맹추격하는 중국… 문제는 기술력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켜온 국내 조선업계 역시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며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영국 리서치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 1924만CGT(738척) 가운데 가장 많은 819만CGT(187척)를 수주해 42.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이 788만CGT로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고 일본이 한참 떨어진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만 보면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실적은 중국 업체의 3분의1 수준인 135만CGT에 그쳤다. 클락슨리서치 조사 결과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한 척당 가격은 신조선가(새로 제작한 선박 가격) 기준 1억8600만달러(2050억원)로 중국의 주력 선종인 일반 유조선(4850만달러)보다 3.8배 비쌌다. 중국 조선업체는 지난해 캄사르막스(8만~10만톤) 벌크선 한 척당 가격을 2600만~2700만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가량 내린 수준이다.

중국은 2012~2017년 글로벌 조선시장 수주 1위였다가 한국에 밀렸다. 이후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저가 수주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영기업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는 2018년 6월 해상에서 엔진 고장으로 멈추는 대형 사고를 냈다. 후동중화조선은 중국 LNG선 수주 1위 기업 CSSC의 계열사다. 통상 20년 이상 운영되는 LNG선이 건조 2년 만에 운항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을 놓고 기술력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찾고 기술 보완을 했지만 이후 발주가 없어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발주 회사가 휘청거릴 만한 대형 사고여서 선사가 더욱 중국에 발주를 넣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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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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