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광고 엿보기] 독을 막아 주는 고무 '삿구'/손성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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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콘돔은 17세기 영국 왕 찰스 2세의 주치의가 왕의 방탕한 생활을 염려해 어린 양의 맹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콘돔이라는 명칭은 그 주치의의 이름(Earl of Condom·콘돔 백작)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콘돔이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된 것은 1844년 찰스 굿이어가 쉽게 찢어지지 않는 가황고무를 발명한 덕이었다.
콘돔이 자루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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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최초의 콘돔은 17세기 영국 왕 찰스 2세의 주치의가 왕의 방탕한 생활을 염려해 어린 양의 맹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콘돔이라는 명칭은 그 주치의의 이름(Earl of Condom·콘돔 백작)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피임법이 있었다. 서양과 비슷하게 돼지창자(남성), 비단이나 창호지(여성)로 콘돔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콘돔이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된 것은 1844년 찰스 굿이어가 쉽게 찢어지지 않는 가황고무를 발명한 덕이었다. 콘돔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20세기 초 일본을 통해서였다. 광고에 나오는 ‘삿구’가 콘돔이다. 다른 광고에서는 ‘삭구’라고도 표기하기도 했고 ‘사쿠’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영어 ‘색’(sack·자루)의 일본식 발음이다. 콘돔이 자루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광고 머리에는 ‘본방(本邦) 유일의 정량품(精良品)’, ‘남녀 방독(防毒) 고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정품인 독을 막아 주는 고무라는 뜻이다. 독을 막아 준다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만연한 매독과 임질 등 성병을 차단해 준다는 의미다. 즉 콘돔을 피임보다는 성병 예방용으로 썼다는 말이 된다. 제품 종류를 가격과 함께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는데 상제(上製·최고급품)부터 특상(特上), 진형(珍型), 여자 전용까지 10가지나 된다. 뒷부분에는 “눈에 띄지 않게 개인 명의로 밀송(密送·비밀 배송)함’이라고 적었다. 당시에는 콘돔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고 용도가 알려지는 것이 민망한 일로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에 내용물을 아무도 모르게 보낸다고 했다. ‘타품(他品)과 비교걸’(比較乞·비교 바람)이라는 문구가 있고, 마지막에 주문처 겸 판매소가 도쿄 ‘정자당’(丁子堂)이라고 돼 있다. 일본에서 우편으로 주문을 받아 우편으로 부쳐 주는 방식으로 판매한 것이다.
사실 콘돔을 공개적으로 사고파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는 지금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욱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탓에 피임 용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성년자에게는 콘돔을 팔지 않는다는 곳도 있었다. 2019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시크릿 콘돔’(secret condom) 캠페인은 그런 이유에서 시작됐다. 편의점에서 ‘토마토 케찹’, ‘핫소스’, ‘하니머스터드’, ‘보성녹차’, ‘커피믹스’라고 적힌 작은 봉지를 무심코 뜯으면 깜짝 놀라거나 당황할 수 있다. 그 속에 든 내용물이 콘돔이기 때문이다. 우편으로도 판매하는데 안에 든 물건이 콘돔인 것을 모르도록 손편지와 함께 동봉해서 보내 준다. 100년 전의 ‘밀송’을 현대화한 셈이다.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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