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단순 아이디어라는데..삭제된 '北원전추진' 문건의 실체는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김종인 국민의힘 대표)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일 뿐"(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산업부 공무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한 문건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 포함됐다는 언론보도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적행위"라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정부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라고 반박한다.
31일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 공무원의 원전 자료삭제 사건 관련 검찰의 공소장에 담긴 문서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으로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총 6쪽 분량으로 작성됐다.
신희동 산업부 대변인은 "해당문서는 서문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결문에서도 "북-미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적었다고 했다.
특히 문서의 내용도 "북한 지역 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술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신 대변인의 설명이다.
해당 문서의 작성배경에 대해선 "북한 원전 관련 문서의 경우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라고 밝혔다. 다만 문서의 작성시기에 대해선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라고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산업부 공무원이 파기한 문서는)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산자부 공무원이 삭제한 530개의 파일 중 220여개는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박근혜 정부가 검토한 원전국 문서"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주장은 해당문서의 작성 시점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북한에 원전을 짓는 방안의 논의의 시작이 박근혜 정부 시절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해당 문건이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 원전 건설방안이 정부정책으로 추진된 바도 없고, 이를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문서의 성격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신 대변인은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각 부서별로 검토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남북대화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재인의 복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번 양보해서 해당 산업부 공무원이 관련 내용을 검토했을 수는 있다"며 "그것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 추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북한 원전 관련 보고서외에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문건의 성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공개된 공소장에는 구속된 산업부 공무원들은 삭제한 문서 리스트에 '에너지전환 관련 지역 및 이해관계자 동향’ ‘원자력정책연대 출범 및 동향 보고’ ‘원전수출 국민통합대회 동향’ ‘에너지전환 관련 단체 동향 보고’ 등 민간 단체 사찰이 의심되는 제목이 등장한 것에 대한 질문이다. 이에 대해 신 대변인은 "사찰이 아닌 통상보고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문건 삭제가 개인적 일탈이 아닌 산업부 조직적 비호 아래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문건삭제 관련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유감"이라면서도 "산업부 차원 개입은 아니며 수사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일부 언론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 3명이 감사원 감사 전날인 2019년 12월1일 업무용 컴퓨터에서 파일 530개를 지웠다고 했다. 특히 삭제파일 중에서는 북한 원전건설 자료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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