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성윤·윤대진 협의, 불법출금 지시하고 수사 막았다
2019년 3월 당시 윤대진(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성윤(현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협의해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를 통해 김학의 전 차관을 불법 출국 금지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또 몇 달 뒤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불법 출금’을 수사하려 하자 윤대진 국장과 이성윤 반부패부장이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도 아닌 김 전 차관을 긴급출금하면서 출금 서류에 ‘가짜 사건 번호’를 붙인 불법이 이규원 검사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 윤대진 국장과 이성윤 반부패부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반부패부가 가로막고 반발하던 주임검사 교체
안양지청의 이 사건 수사는 애초 2019년 4월 법무부가 ‘공익법무관 등이 김학의 전 차관 측에 출국 금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사전 유출했다’며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 라인 등 이 사건 내막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안양지청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들이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무단 조회했고 이규원 검사가 출금 요청 서류에 ‘가짜’ 내사 번호를 적는 등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했다. 출금 자체가 불법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수사팀은 이 검사 등을 수사할 계획을 세웠다. 그해 6월 19일쯤 주임검사였던 안양지청 A 검사는 대검 반부패부 연구관 검사에게 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수원고검에 통보하겠다는 보고서를 보내고 통화도 했다. 그때까지 안양지청 지휘 라인도 ‘불법 출금’ 수사가 필요하다는 기류였다고 한다.
그러나 6월 20일쯤 이성윤 반부패부장이 안양지청에 대해 ‘이규원 검사 건을 수원고검에 통보하지 말라’고 지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지시는 이성윤 부장이 아닌 다른 대검 관계자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21일쯤 A 검사는 안양지청 상급자에게 “(대검에서) 고검에 통보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전달받았다. A 검사는 “지침상 검사 비위를 발견하면 관할 고검에 통보하게 돼 있다”고 반발했지만 무산됐다. 나흘 후 사건 재배당이 이뤄지면서 주임검사가 교체됐다.
◇윤대진, 인사 앞둔 안양지청 지휘부 압박 의혹
안양지청은 ‘고검 통보’를 포기하면서도 일단 출입국 공무원 소환 조사는 계속 진행했다. 그러자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안양지청 지휘부에 전화해 “내가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과 협의해서 이규원이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한 것”이라며 “차라리 나를 입건하라”고 했다고 한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이를 ‘출금 자체가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협의로 이뤄졌으므로 이 검사를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 관계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그와 관련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상부로부터 ‘검찰국장과 반부패부장이 이규원 검사에게 긴급 출금을 시킨 것’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지금 이규원 검사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이어서 가혹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수사 저지) 외압은 은밀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법무부·대검의 부당한 압력이 당시 인사를 앞두고 있던 안양지청 지휘부에 집중적으로 가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6월'은 검찰 인사를 한 달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는데 윤대진 검찰국장은 검사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이성윤 반부패부장 역시 정권과 직접 통하는 ‘실세’로 알려져 있었다. 이 관계자는 “안양지청도 피해자”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양지청 수사는 2019년 6월 25일 법무부 출입국관리과 K서기관을 전화 조사했다가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K 서기관 통화 경위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을 계기로 최종 중단됐다. 당시 K서기관은 검사에게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고 했다고 한다. 2019년 7월 4일 자 안양지청 수사 보고서에는 대검 반부패부 요구에 따라 ‘출국 금지 서류가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작성됐고 동부지검장에게 사후 보고됐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런 사실은 공익 신고자가 지난 21일 이성윤 검사장의 ‘수사 외압’을 추가로 공익 신고한 이후 드러났다. 향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윗선’의 불법 출금 관여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윤 검사장은 본지의 해명 요청에 “사실무근이고 수사중인 사안이라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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