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제도화 앞선 유럽, 건강한 생태계 구축
[편집자주] 올해도 ESG는 경영·투자의 핵심이슈를 넘어 규제 등 형태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머니투데이는 법무법인 지평의 ESG센터와 함께 EU(유럽연합) 등의 규제가 직간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찰하고 국내 규제 제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과연 이번엔 다를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해 언젠가부터 많은 기업들이 ESG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0년대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2000년대에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 2010년대에는 공유가치창출(CSV)이 트렌드처럼 지나갔다. ESG도 이들처럼 일시적 ‘유행’일 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ESG는 분명히 이전의 흐름과 다른 측면이 있다. 자본시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ESG에 관한 논의는 유엔이 2006년 책임투자원칙(PRI)을 수립해 투자의사결정 시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면서 촉발됐다.
각국의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PRI에 서명기관으로 참여하면서 투자대상회사에 ESG 경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운용자산의 3분의 2 정도가 책임투자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주요 주주들이 ESG를 매개로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비재무지표의 현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EU는 2014년 비재무정보 보고지침(NFRD)을 제정해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환경, 사회와 고용, 인권, 뇌물과 부패에 관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했다.
영국은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관여 정책 등을 공개하도록 유도했다. EU는 2017년 이를 발전시켜 주주권리지침Ⅱ(SRDⅡ)를 공포했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과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활동’을 공식적으로 분류하고(EU 택소노미), 녹색채권의 표준을 수립하며(GBS),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금융상품 등의 지속가능성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하고(SFDR), 저탄소 벤치마크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CBR).
이렇게 선언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사적 영역에서 자본의 흐름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2016년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모든 재원을 공공부문에서 조달할 수 없으며 EU는 매년 1750억~2900억 유로(240조~390조 원)를 민간에서 유치해야 비로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EU는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그 범위로 투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기준을 설정했다.
둘째 이른바 ‘위장 친환경’(greenwashing)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시장에는 ESG에 관한 여러 개의 표준(GRI, SASB 등)이 존재하며 등급 평가기관들도 많다.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ESG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워 한다. 투자자들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EU의 새로운 규칙은 ESG의 기준을 분명히 정해 기관투자자들과 개인들이 투자에 관한 ‘합리적 결정’(informed decision)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야흐로 ESG 시대, 우리는 EU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투자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EU는 시장의 순기능을 존중하면서도 전문가그룹(TEG)과 협의를 통해 ESG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간다.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
우리 기업도, 투자자도, 정부도, 미래 세대를 위하여 보다 진지하게 ESG에 다가서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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