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SK, 20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동맹
'NCM구반반' 하이니켈 배터리 경쟁력 인정
아이오닉7·기아차 대형 SUV 전기차 탑재 예정
현대자동차가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동맹을 강화한다. 현대차가 자사 3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7’에 탑재될 배터리로 20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 제품을 낙점하면서다. 올해 출시될 ‘아이오닉5’에도 이미 배터리 납품을 확정한 SK이노베이션은 이로써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와 관련된 수주에서만 30조원 이상을 확보했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최근 ‘3차 E-GMP 배터리 공급사’를 SK이노베이션으로 최종 선정하고 2월 중 통보할 예정이다. 3차 배터리 물량은 약 20조원으로, 역대 E-GMP 배터리 발주 중 최대 규모다. 앞서 1차 물량은 10조원, 2차 물량은 16조원 규모로 발주됐다.
이번 배터리 공급사 선정은 지난해 9월 입찰을 시작, 5개월 동안 진행됐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공급사 선정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최종 후보군 간 경쟁이 치열해 1~2개월가량 지연됐다. 최종 후보로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등이 올랐다.
업계에선 1차 E-GMP 배터리 물량을 SK이노베이션이, 2차 물량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가져간 만큼, 삼성SDI의 3차 물량 수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삼성SDI는 현대차그룹 배터리 수주전에 처음 참여하지만,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995년 ‘삼성자동차’ 출범 이후 멀어진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간 첫 협력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로 입찰에 참여, ‘파우치형 배터리’를 원했던 현대차그룹의 최종 선택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우치형 배터리로 수주전에 참여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경쟁도 치열했다. SK이노베이션은 ‘NCM구반반(니켈90%·코발트5%·망간5%)’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90%에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섞은 ‘NCMA’ 배터리를 각각 선보였다. 양사 모두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을 90% 이상 함유한 ‘하이니켈 배터리’로 입찰 경쟁에 참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알루미늄을 양극재로 추가해 ‘출력’과 ‘안전성’을 모두 잡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독자적인 분리막 기술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의 안전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급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공급사를 선정하려고 했지만, 성능, 가격, 안정성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태 이후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이번 수주 실패의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세 번째 전기차 ‘아이오닉7’에 탑재된다. 2023년 양산 예정인 아이오닉7은 대형 SUV 전기차로, 국내와 북미 시장을 주력으로 한다. 또 기아차에서 개발 중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으로 4차 E-GMP 배터리 공급사도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 250만대(150GWh) 규모의 E-GMP 배터리 발주를 마무리 짓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 배터리 공급사 관련해서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이번 배터리 수주로 전기차용 배터리 전·후방 산업에서 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기아 전기차 전 차종과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5’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지난해 7월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회동했고, 두달 뒤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의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름·번호 바꾸며 삶에 의지 드러냈는데... 가해자 선고 직전 극단 선택
- 대북 원전 '추진'은 안 했다는데... '검토'만 해도 문제 되나
- 시집 식구들의 따돌림, 창문으로 뛰쳐나가기까지
- 박지원 국정원장의 이례적 경고, 그것도 SNS로
- 여자는 왜 학대하는 남자를 떠나지 못했나
- 효능 논란, 국수주의 비판…잡음 커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작…'실탄' 넉넉한 삼성전자, M&A 후보는
- "文이 USB로 전달한 '발전소', 원전 아닌 신재생·화력발전"
- “좀비 나라로 전락한 일본... 혐한의 시작은 한일 힘의 역전 때문”
- 태극마크 잃은 배드민턴 세계랭킹 10위 "내가 희생양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