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엉뚱한 주식이 526% '폭등'..시장 흔드는 머스크

윤세미 기자 2021. 2. 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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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머스크'가 찍는 다음 종목은?

파파 머스크는 미국 증시에서 개미의 반란을 이끄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지금 금융시장은 그의 한 마디에 출렁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

머스크는 최근 공매도 세력을 비판해 게입스톱 같은 '공매도 전쟁' 종목들에 힘을 실어주더니 비트코인을 언급하며 암호화폐(가상통화) 시장까지 들썩이게 했다. 일각에선 이제 머스크의 입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마저 인다.

'#비트코인' 붙이자 가격 20% 급등
비트코인은 29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가격이 20% 이상 급등해 3만8000달러(약 4246만원)을 넘어섰다. 이달 앞서 사상 최초로 4만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규제 강화 신호 탓에 최근 3만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CNBC는 비트코인의 갑작스러운 반등의 배경에는 머스크의 트윗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프로필을 비트코인 해시태그로 바꾼 지 한 시간 만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되돌아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는 알쏭달쏭한 트윗도 남겼다.

사진=머스크 트위터

머스크가 프로필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의도는 확실치 않다. 다만 CNBC는 머스크의 프로필이 바뀐 뒤 시장에선 그가 비트코인을 대량 사들였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그동안 암호화폐에도 관심을 표현해왔다. 앞서 "연봉을 비트코인으로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는가 하면 비트코인 투자자인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에게 비트코인으로 대규모 거래가 가능한지를 묻기도 했다.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까지 퍼진 공매도 세력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후파이낸스는 머스크의 트윗 이후 비트코인 값이 급등하자 비트파이넥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다급한 물량 청산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29일 한차례 급등 후 다시 가격이 3만4000달러대로 다시 내렸다. 비트코인은 지난 한해에만 가격이 4배 이상 치솟았고 연초 대비로는 10%가량 오른 상태다.

게임스톱에서 CD프로젝트까지… 한마디면 '쑥↑'
머스크의 트윗이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는 게임스톱을 중심으로 공매도 세력과 전쟁을 이어가는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면서 이른바 게임스톱 광풍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그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레딧의 주식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를 링크로 걸고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글을 올려 게임스톱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스통크는 '맹폭격'이라는 의미다.

해외 주식도 언급했다. 머스크는 폴란드 게임회사 CD프로젝트의 게임 '사이버펑크'에 찬사를 보내면서 CD프로젝트를 응원했다. CD프로젝트는 개미들의 집중공격 대상이 된 멜빈캐피탈이 공매도를 친 종목 중 하나다. 이 영향에 폴란드 증시에서 CD프로젝트 주가는 28일 하루에만 15% 넘게 뛰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할 정도로 공매도 세력에 반감이 크다. 그는 최근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다. 소유하지 않은 자동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은 팔 수 있다!?"라며 "공매도는 사기"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밖에도 머스크 한마디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26일에는 "나는 엣시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글을 쓰며 엣시 주가를 들었다놨다. 이날 엣시 주가는 장중 9%까지 뛰었다가 2.1% 반락 마감했다.

대중들이 그의 입을 기다리다 엉뚱한 주식이 폭등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이달 7일 머스크가 암호화된 메시징앱인 "시그널을 사용하라"는 트윗을 올린 뒤 시그널어드밴스라는 소규모 의료기기 부품제조사 주식이 하루 526% 폭등한 게 대표적이다. 게임스톱과 종목코드가 'GME'로 똑같은 호주 증시의 소형 광산업체 GME리소스도 최근 덩달아 급등세를 보였다.

"머스크가 시장 혼란 부추겨, 규제해야"
머스크의 잇단 발언으로 안 그래도 혼란한 미국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더해지자 일각에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머스크를 추종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크다. 게임스톱처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의 주가 급등은 결국 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리트레이드의 댄 레인 애널리스트는 CNBC에서 "머스크는 공매도를 비정상적인 시장세력으로 공격하지만, 그가 시장을 움직이는 방식을 보면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면서 "이제 이런 관행의 정당성을 논의할 때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리스마 있는 이 기업 리더의 영향력은 기업 이사회에 한정돼 있지 않다"며 "규제당국의 대처에 달려있겠지만 결국 당국은 상황에 맞게 규정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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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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