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원전' 이렇게 내놓고 거짓말해야 할 까닭 있을 것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주려고 한 정황이 담긴 문건에 대해 청와대는 “해당 공무원 개인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남북 협력을 실무차원에서 검토하고 정리한 것뿐”이라고 했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이 산업부 공무원 몇 명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원전이 동네 변전소라도 되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조선일보가 ‘산업부가 삭제한 문건에 북 원전 건설 파일이 있다’고 처음 보도했을 때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문건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소설은 누가 쓰고 있나.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을 둘러싼 의문의 핵심은 왜 산업부 공무원이 필사적이고 조직적으로 문건을 삭제했느냐이다. ‘공무원의 검토 아이디어’라면 감사원 조사 직전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지울 필요가 뭐가 있나.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pohjois’ ‘북원추’라는 약어를 사용해 왜 처음부터 감췄나. 이런 의문에 청와대는 구체적 해명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은 “북한 원전 자료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내부자료”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공무원들이 박근혜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문건을 지운 것인가. 삭제된 북한 원전관련 파일 제목은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다. 2018년 5월 14일 작성됐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박 정부 때 자료가 아니다”고 하자 이 의원은 추론일뿐이었다고 했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발전소 USB를 건넸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USB를 건넨 것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미 밝힌 내용이다. 이런 기본적 사실도 알아보지 않은 채 무턱대고 거짓말부터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감사원 감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월성 1호기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다. 검찰 공소장을 통해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이 드러나자 내놓고 거짓말까지 한다. 야당 대표를 겨냥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다. 무언가 크게 제 발이 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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