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의 건강 칼럼] 신축년, 어떤 침입도 막아낼 '면역 방패' 준비하자
코로나 사태로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중요한 과제는 ‘거리 두기’다. 그래서 우스개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으로 맞는 말일 뿐, 정서적으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옳다. 그래서 세계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코로나 사태의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도 유독 한국 의료계는 뭉치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한방에 눈곱만큼의 지식도 없던 의원 알렌이 고종의 신임을 얻으려 한방을 거의 미신 취급하면서부터다. 이후 일제가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을 합방할 때 ‘구제해야 할 미개한 민족’이라는 구실을 찾아내면서 거기에 의도적으로 한방을 미개한 의술로 깎아내린 것이 결정타였다. 물론 해방이 찾아오고 나서 이러한 오류와 편견은 즉각 시정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이후 한의계의 피나는 투쟁과 노력으로 상당 부분 한방의 위상이 바로잡혔으나 갈등이 해소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이에 반해 세계는 어떤가? 미국 지리학회에서 발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9년 1월호를 보면 아예 표지 기사로 동양의학을 다루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기사에서 3D 프린팅 기술, 유전공학과 함께 ‘전통 동양의학’을 미래의 혁신을 일으킬 분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한방은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는 견해다. 필자는 비난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과학적’이라는 낱말의 개념이 무엇인가? 현대 과학의 궁극은 무엇인가? 양자물리학에서 광자 실험을 할 때 실험자가 지켜보는가 아닌가에 따라 간섭현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도대체 실험자의 주관이 어떻게 피실험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주관과 객관의 경계가 무너지는 곳까지 현대 과학은 나가고 있는데, 의학은 아직도 일제강점기 한방을 깎아내리던 그 지점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중국의 투유유가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할 때 고대 의학서에서 힌트를 얻은 사실은 잘 알려졌다. 한때는 그가 동의보감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하기도 했으나, 이는 낭설이며 정확히는 3세기경 동진(東晉)의 갈홍이 쓴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이라는 책에서 결정적 단서를 얻었다고 한다. 물론 동의보감에도 개똥쑥이 말라리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인류는 지금 코로나19라고 하는 엄청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류의 의학 지식이 발달하는 동안 이 바이러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이다. 벌써 영국형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상태다. 여기에서 필자는 창과 방패의 싸움을 생각한다. 창은 적의 몸을 찔러 죽이는 무기요, 방패는 반대로 적이 나를 찌르지 못하도록 막는 무기이다. 여기에서 적이 날카로운 창을 피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서 변이한다면 창의 효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적의 무기도 뚫지 못하는 방패가 있다면 이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패가 필자는 면역력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방패가 환경의 오염, 인스턴트 식품,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낡아진 것이 문제이다. 신축년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 청폐에 힘써서 우리 몸의 방패인 면역력을 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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