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는 혁신" 김승연 끌고.. '디지털 신사업 주도' 3형제 밀고

서동일 기자 2021. 2.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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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8> 김승연 한화 회장
2017년 중국 한화큐셀 공장을 함께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뎃줄 왼쪽)과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오른쪽). 한화 제공
지난해 한화그룹은 재계 주요 그룹 중 가장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 계열사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40대 대표이사가 나오는 등 한화그룹 CEO 평균연령(55.7세)이 2세 이상 낮아졌다. 인사 발표 시기도 9월로 10대 그룹 중 가장 빨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라는 주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는 기업의 변화와 혁신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핵심적인 의사결정이다. 빠른 인사, 파격적 인사는 한화가 주요 그룹 중 가장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김동관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략부문장(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 전략담당(상무보) 형제가 한화를 젊고 빠른 조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승연 회장 “기존 시스템 넘는 혁신” 주문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도전은 계속돼야 합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핵심은 ‘혁신’이었다. 스마트 워크 환경 구축, 디지털 전환 등을 강조하며 “기존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디지털 금융솔루션 등 구체적인 신사업 부문을 언급하며 “K방산, K에너지, K금융 등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신년사에서 이 사업들을 강조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주력인 방산, 에너지 금융 산업을 각각 항공우주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수소 및 태양광, 디지털 금융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대표이사 책임과 자율에 바탕을 둔 독립경영체계를 갖춰 놓고 있다.

김 회장이 강조한 미래 사업에는 ‘삼형제’가 각각 포진해 있다. 첫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사장은 투자와 조직개편 등 다양한 부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는 전무 승진에 이어 올해부터 전략부문장을 겸임하며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맡고 있다. 지난해 회사로 복귀한 막내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 전략담당(상무보)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재계에선 ‘변화와 혁신’에 강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김 회장이 주력 사업을 이끌며 든든한 지원으로 뒷받침하고 삼형제가 각자의 자리에서 한화 변화를 이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 안팎에선 올해 3월 김 회장이 ㈜한화 등기이사직에 복귀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면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조직문화, 사업구조 변화 드라이브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장남 김동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은 한화그룹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김 사장은 각 임원을 사무실로 호출해 대면보고를 받는 관행에서 벗어나 실무진 자리를 직접 찾는 등 격의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실을 없애고 임원들도 직원들과 함께 ‘순환좌석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공서열 문화가 강했던 한화에서 최근 직급의 경계를 넘는 ‘브레인스토밍’이 활발해졌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사업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태양광 및 그린수소 사업을 위한 1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대한 선제 투자에 나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올해 다른 주력 계열사의 변화도 뚜렷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영국 기업 롤스로이스로부터 항공엔진 부품의 양산 적합성을 대신 승인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롤스로이스가 양산 승인 권한을 위임한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이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프랑스 에너지 석유회사 토탈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국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김동원 전무가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한화생명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화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최근 경영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에 이미 수년 동안 전략을 집중해왔다. 새롭게 등장한 경영진들이 글로벌 경영 흐름을 읽은 것”이라며 “한화가 전통 제조업에서 친환경 및 디지털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급변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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