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카톡방에 혹했다가.. 목돈 날리는 '주린이'

조유미 기자 2021. 2.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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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초보들 노린 금융사기 급증.. 수익 1회 준뒤, 투자금 갖고 튀어

‘유명 투자 멘토 OOO, 신개념 주식 재테크’.

경기도에 사는 장모(49)씨는 작년 12월 초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런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유명 투자 전문 회사의 직원 명함도 첨부돼 있었다. 중소 건설사의 현장 관리직으로 일하다 작년 중순 일자리를 잃은 장씨는 “안 그래도 요즘 다들 주식으로 돈 번다는 얘길 듣고 주식 투자를 고민하던 차였다”고 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무료 ‘주식 리딩’을 해 주겠다”고 했다. 소위 ‘주식 전문가'가 어떤 주식을 언제 사고팔아야 할지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름을 검색해보니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미 ‘유명인’이었고 ‘덕분에 돈을 벌었다’는 후기글도 여럿이었다. “‘체험 리딩'을 할 테니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보내라”는 말에, 장씨는 20만원을 보냈고 다음 날 60만원이 ‘수익금’ 명목으로 통장에 입금됐다. 장씨가 이런 식으로 보낸 투자금 총 700만원이 2000만원으로 불어났다고 했을 때 ‘출금 요청’을 하자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열풍 속에 주식 초보를 뜻하는 이른바 ‘주린이’(주식+어린이)를 노린 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투자 관련 ‘사이버 불법 금융' 제보는 495건으로 전년(139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사기 피해도 전년(30만2038건) 대비 14% 증가한 34만5005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범죄의 주요 대상은 주식 투자에 막 뛰어든 청년들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에서 개설된 신규 계좌 723만개 중 54%(392만개)가 20·30대 명의였다. 충북 보은에 사는 조모(29)씨도 이런 방식으로 지난달 25일 기준 총 2400만원을 날렸다. 조씨는 “투자금 출금을 요구하자 ‘이렇게 급격한 불로소득은 금융감독원 조사 대상'이라며 세금, 수수료 명목으로 출금 금액의 50%를 추가로 입금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했다.

사기임을 깨달아도, 은행에 요청해 출금을 지연시키기가 쉽지 않다. 현행법상 메시지나 전화를 통한 금융 사기가 의심되면 피해자가 은행에 30분간 피의자의 출금을 지연해달라는 ‘지급 정지' 요청이 가능한데, 주식과 같은 재화 거래는 이런 규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범죄는 ‘피싱’이 아닌 사기의 일종으로 분류돼, 은행이 재량으로 협조를 해 줄 때만 정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범죄자들은 처음에 ‘수익금’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 돌려주는 수법을 즐겨 쓴다. 법무법인 ‘이보'의 이지훈 실장은 “1회 이상 금전이 오고 간 기록을 만들어 은행이 피싱임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근엔 일주일에 20건 이상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문의 전화가 온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당장 수익이 없고 재테크 방법을 찾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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