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새 일상'부터 받아들이자

이명희 전국사회부장 2021. 2.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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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숨막히는 일상을 감내하며 ‘고립’을 견뎌온 지 1년이 넘었다. 온 국민이 애쓴 보람도 없이 바이러스는 더 독하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수 있을까.

인류가 감염병과 싸우는 동안 한국, 나아가 전 세계가 치른 대가는 참혹하다. 1년 내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느라 일상은 부서졌고, 사회 곳곳에서 가뜩이나 취약했던 고리들이 끊어져 나갔다. 사실 난, 코로나19 팬데믹이 해를 넘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인간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다”는 친구(의사)의 말을 흘려들었고, “코로나 끝나면”이라는 말로 불안을 다독였다. 여름에는, 가을에는… 예측은 매번 빗나갔고,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낙관도 깨졌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고 해가 바뀌었다.

이명희 전국사회부장

감염병이 모든 것을 장악한 세상. 다행히 우리에게도 반전의 기회가 왔다. 바이러스의 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인간들은 마스크 대신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이 무기를 제대로 써먹어야만 폭주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수 있다.

이미 영국·미국 등 60여개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다른 나라들에 견줘 접종이 늦어진 우리는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지난 28일 정부가 구체적인 ‘백신 접종 시간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데, 백신 부족 등으로 일정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접종 순위를 놓고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국내에 상반기 중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최근 65세 이상 고령층에 효과가 있느냐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백신을 확보하고도 제때 접종하지 못해 집단면역이 늦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해외의 경우 공급 물량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접종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백신을 맞는 걸로 달콤한 엔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해도, 국내에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시기는 빨라야 올 하반기이다. 그렇다면 올해도 코로나19와 함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건긴급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일종의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모두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전염의 시대를 건너며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은 ‘공공의 역할’과 ‘연대’란 무엇인가이다. 지난해는 아무 준비 없이 코로나 사태를 맞았지만, 정부는 올해 다시 반복될 위험에 대비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문제는 수두룩하다. 우선 정부·여당은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자영업자 등의 영업 손실을 재정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1차 재난지원금 지급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정한 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과제다.

또 하나 우리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지금까지 이만큼이나 버텨온 건 연대와 협력 때문이다. 감염 확산 고비마다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데는 일상과 생계를 포기한 국민의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도 일부 종교시설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대전 IM선교회 소속 국제학교 등에서 시작된 감염이 교회에서 또 다른 시설로 번지고 있다. 1차 유행의 진원지가 된 대구 신천지교회부터 상주 열방센터와 대전 IM선교회에 이르기까지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는 이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코로나 2년째.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감염은 예측 불가하며 확률 게임이라는 생각을 한다. 경우의 수를 줄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된 지난 20일 “국민께서 힘들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지금의 대오를 지켜달라”며 “봄이 저만큼 와 있다”고 했지만 이젠 어설픈 낙관은 하지 않으련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던가. 코로나가 집어삼킨 ‘하루’가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은 아주 더디고 어려울 것이다.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이명희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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