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초록 전문가를 찾습니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2021. 2.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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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두 달이 조금 지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벌써 9번째 선거다. 시민이 시장에게 요구하는 정책도 예전보다는 더 뚜렷해졌을 것이다. 시민은 어떤 시장과 서울을 원할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1월 말에 두 개의 문항을 전국조사했고, 그중 서울지역 조사 결과(n=207명)를 들여다봤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서울시장 스타일. 사람의 스타일을 알아보는 에니어그램의 9가지 기본유형을 질문의 보기로 만들었다. 조사 결과, ‘실용성과 유능함을 추구하고 성공하는 스타일’(28%)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그다음으로는 ‘솔직하고 과감하며 힘이 넘치는 스타일’(14%), ‘공정하고 도덕적이며 자제력이 있는 스타일’(14%),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포용력 있는 스타일’(16%), ‘조직에 충실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역대 서울시장 중 이명박·오세훈·박원순 시장이 위의 결과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실용과 실적을 중시하며,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얻은 성공을 바탕으로 서울시장이 됐다. 자신감이 넘치고 화술이 뛰어나고 열정적인 스타일이다. 이러한 스타일을 ‘전문가형’이라고 한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형 시장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자기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체감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호는 더욱더 뚜렷해질 것이다. 그 전엔 조순·고건 시장처럼 조직에 충실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이 선호되었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장관, 오세훈 전 시장, 안철수 전 의원 등이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스타일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가치. 문화경제학자인 사이드 돌라바니의 저서 <밈노믹스>에서 착안, 인류사회의 발전 단계를 8단계로 나눈 기준을 색으로 정리해 질문의 보기로 제시했다. 앞으로 서울이 어떤 색으로 표현되는 도시로 성장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물음에 초록(43%), 파랑(28%), 빨강(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조사에선 파랑(46%), 초록(28%), 빨강(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전과 비교해 보면, 유대감·내적 평화·배려·감수성·환경 등을 함축하고 있는 초록의 가치가 서울의 최우선 가치로 언급됐고, 법·질서·진실·공정·평등 등을 함축하고 있는 파랑의 가치가 차순위로 밀렸다.

코로나 위기가 파랑에서 초록으로 시대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면, 우리는 코로나를 기회로 삼아 초록의 가치를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발전과 문제 해결의 방법론이 파랑의 가치에서 초록의 가치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진 불공정을 공정으로 맞서며 연대와 협력을 보조적 가치로 다루었다면, 이젠 유대감·연대·평화를 중심가치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순간을 ‘시대변화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를 조사 결과로 확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감사한 일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시민은 4월 보궐선거에서 ‘초록의 가치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누구인지를 물을 것이다. 자 이제는 후보들이 답할 차례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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