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잘 못하니 제대로.." 한우 더 사먹는다
kg당 1만9891원.. 1년새 11% 올라
"고향 못가는 대신 부모님께 선물".. 설 선물 순위, 한우 중심 정육 1위
전문가 "명품소비 증가와 비슷"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소비가 줄었지만 한우를 사먹는 사람은 종전보다 늘면서 한우 매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 소비의 역설인 셈이다.
○ 소비 부진에도 한우 판매만은 예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한우 도매가격은 kg당 1만9891원으로 전년 대비 10.7% 올랐다. 소비가 증가하면서 한우와 육우 사육 마릿수도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336만4000마리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이 같은 사육 마릿수 증가 폭은 1983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4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것이다. 농경연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수요가 커진 데다 지난해 5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뒤로 외식 수요까지 늘면서 한우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내내 100 미만 수준으로 부진했지만 한우 판매만은 예외였던 것이다.
한우의 높은 인기는 최근 설 선물세트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한층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설 기간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지 않기로 한 직장인 윤모 씨(32)는 설 선물로 20만 원이 넘는 한우 세트를 골랐다. 윤 씨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이 계속되면서 부모님을 뵙지도 못하는데 KTX 왕복에 들었을 돈을 보태 한우를 보내드리기로 했다”며 “고가 선물을 하는 게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실제 유통업체마다 한우 선물세트는 매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본보가 2011년 이후 최근 10년간 롯데백화점 명절 선물세트 판매 순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설에는 한우 중심의 정육 선물이 1위로 올라섰다. 종전 10년 동안은 설과 추석 기간 선물 판매량에서 ‘건강식품―정육―청과’ 순서에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정육 선물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정육 제품은 상대적으로 고가여서 소비층이 제한적인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추세가 바뀌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체 선물에서 정육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만 해도 10.9%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34.4%로 크게 늘었다. 한우 선물을 찾는 고객이 늘자 편의점들까지 1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한우 선물세트를 기획해 내놨다.
○ “자신과 가족 위한 보상심리 작용”
요리사가 구성한 한우 코스요리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도 최근 일이다.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 등지에 줄줄이 한우 코스요리 전문 식당들이 들어섰다. 1인당 가격이 보통 5만∼10만 원 선이고 비싼 곳은 20만 원도 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7)는 “모임 자체가 어려워지니 한번 만날 때 좋은 것을 먹자며 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한우코스요리점을 운영하는 최지현 씨(40)는 “최근 두 달가량 오후 9시 영업제한을 받는데도 매출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편하게 술 한잔 즐기러 오거나 특별한 날 찾는 단골들이 꾸준하다”고 전했다.
한우 소비가 늘어난 것은 이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가 억눌려 있다가 일시에 폭발하는 ‘보복 소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외식과 모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대안으로 가장 고급스럽다고 여겨지는 한우를 선택하는 것 같다”며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자신과 가족을 위한 보상심리로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고기 수입이 줄어든 것도 한우 가격 상승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이 대미 무역 갈등으로 호주산 소고기 소비를 늘린 데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미국 도축장 시설 운영이 80%가량 중단돼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소고기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란 책을 쓴 김동진 씨는 “소고기는 조선시대 때부터 한국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가장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던 음식이었다”며 “요즘처럼 불안한 시대일수록 더욱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지원 4g1@donga.com·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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