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장사하며 이런 불황 처음".. 백년가업도 '코로나 눈물'

김태성 기자 2021. 2.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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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통' 서울 老鋪 5곳 가보니
설 연휴를 앞둔 31일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에 팔 떡이 진열되어 있다. 4대에 걸쳐 100년 넘게 운영되어온 이 떡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 행사와 명절 모임이 줄어들면서 손님이 하루 평균 100명에서 지난해 2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전쟁 때도 지금보다는 손님이 많았어요. 4대째 장사하며 이렇게 손님이 끊긴 건 처음 봅니다.”

설 연휴를 2주가량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뒷길에 위치한 낙원떡집. 예년 같으면 명절에 쓸 떡을 주문하려는 손님들로 가득 찼을 때인데 이날 가게는 손님이 뜸해 3대 업주인 이광순 씨(77) 홀로 지키고 있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낙원떡집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씨는 코로나19 얘기를 꺼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 하루 매출이 2019년과 비교해 절반도 안 돼요. 100명씩 왔던 손님이 요즘은 20명 정도밖에 안 오죠.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이제는 빚 막는 것도 버겁습니다. 100년 가업이라고 명맥을 잇는 것도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 무기한 휴업에 폐업 고민도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인 ‘노포(老鋪)’들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한파를 혹독하게 겪고 있다. 식사 시간이면 긴 줄이 늘어서던 풍경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수익은커녕 운영비라도 줄이기 위해 수시로 가게 문을 닫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로 53년 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식당 선천집은 평일인 지난달 4일 오후 문이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단골손님들 발길마저 뜸해지자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업주 박영규 씨(90)는 지난해 3월, 9월 등 총 세 차례 휴업 결정을 내렸다. 1968년 가게 문을 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휴업을 포함해 가게가 쉰 기간만 6개월이 넘는다고 한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잘 버텨냈는데 역병(疫病)이 이렇게 무섭네요. 영화나 소설로만 보는 상황을 겪는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가게를 열 수도 없고, 가게를 내놓아도 팔리지도 않으니 아예 문을 닫는 것도 고민이 되는데 가족처럼 지낸 직원들 생각에 도저히….”

박 씨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다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이날 오랫동안 비워둔 가게를 살펴보러 홀로 와 있었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맞은편에 있는 55년 전통의 중국집 ‘도일처’도 사정이 비슷했다. 2대 업주인 진가기 씨(55)가 운영하는 도일처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항공사 승무원과 공항 직원 등이 하루 평균 200명 넘게 찾던 곳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지난달 4일 낮 12시 이 식당을 찾았을 때 1층의 테이블 8개 중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2개에 불과했다. 손님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7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도일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초 열흘간 문을 닫았다. 가까스로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출은 과거의 30∼40% 수준으로 줄었다. 진 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할 때는 한 달에 2400만 원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직원 수를 줄이지 않는 대신에 급여를 낮출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얘기를 직원들과 할 때 정말 슬펐다”고 말했다.

○ 전통 깨고 배달 나서며 활로 모색

일부 ‘노포’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영업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시장에서 1966년부터 운영되어온 골목냉면의 경우 3대 업주인 진숙희 씨(63) 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진 씨는 “냉면이 하루에 고작 5그릇만 팔려 떠밀리듯이 배달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면 돈이 들어 남편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32년에 문을 연 서울 중구의 유명 추어탕집 용금옥은 포장 판매를 늘리고 영업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용금옥 3대 업주인 신동민 씨(59)는 “하루 평균 200그릇을 팔았는데 최근에는 60그릇이면 많이 나가는 편”이라며 “배달할 여력은 안 돼서 음식을 포장해드리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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