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47] 고속도로, 문명의 밝음과 어두움

강헌 음악평론가 2021.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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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s ‘Hotel California’
Eagles, 'Hotel California'.

발표한 지 45년이 지났지만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이 곡이 수록된 같은 이름의 음반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1982)에 이어 역대 통산 앨범 판매 3위를 차지했다. 2위도 이글스의 베스트 앨범이므로 정규 앨범으로는 2위에 해당한다.

6분 30초가 조금 넘는 대곡이지만 훌륭한 팀워크가 만들어 내는 정교한 멜로디 라인과 대체 불가능한 연주의 하모니는 지금 들어도 어제 나온 것 같은 성숙한 젊음의 내음이 물씬하다. 하지만 이 노래를 불멸로 만든 요인 중 하나는 여전히 논쟁적인, 자본주의 문명의 본질에 대한 시대적 성찰을 담은 노랫말이다.

아마도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의 인트로에 비견할 만한 역사적 전주가 조 월시와 돈 펠더의 기타 쌍두마차로 펼쳐지고 나면 사색적인 돈 헨리의 보컬로 ‘Hotel California’는 본격적으로 운을 뗀다. 이 노래가 펼쳐 보이는 첫 장면은 사막 위의 적막한 야간 고속도로.

그러나 이글스의 고속도로는 이들보다 삼십 년 앞서 냇 킹 콜이 미국을 상징하는 고속도로인 ‘Route 66′(시카고에서 LA에 이르는 3200여 km의 최장 고속도로)를 흥겹게 찬양한 것과는 다르다. 정의의 깃발 아래 유토피아 건설을 외치던 60년대의 정신이 풍요의 쾌락주의에 패배해 버린 쇠락 공간이다. 그래서 이들은 중얼거린다. ‘아마도 여긴 천국 아니면 지옥이겠군….’

‘캘리포니아 호텔’은 사막 한가운데의 외로운 피신처이다. 누구는 기억하기 위해 춤을 추고 또 누구는 잊기 위해 춤을 춘다. 초월을 위해 탐닉했던 약물은 이제 환멸밖에 남지 않은 쾌락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언제든 체크아웃은 할 수 있지만 절대 떠날 수는 없는’ 절망 속으로 추락한다. 노래 속 ‘우리는 1969년부터 그 술(spirit)을 취급하지 않아요’란 대목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여담이지만 우리 경부고속도로의 착공식이 1968년 2월 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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