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톡] 당당하게 '돈 이야기' 하며 삽시다

손현 작가·전 매거진B 에디터 2021.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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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세 명을 인터뷰했다. 주제는 ‘주식 투자’였다. 세 명 모두 공부와 투자 원칙을 강조했다. “우리는 비트코인 열풍을 보고 자란 세대면서, 유튜브나 인스타를 통해 큰돈을 버는 게 쉬워 보이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어요. 일확천금에 대한 욕심이 당연할 수 있죠.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시장을 분석하고 공부해야 해요.” 그들이 세대 전체를 대변할 순 없겠지만, 돈 앞에서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했다.

나는 80년대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투자는커녕 돈에 무지했다. 최영 장군도 아닌데 돈 보기를 돌같이 했다. 돌이켜보면 가족이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이상했다. 군인 때 기억 때문일까. 후임 한 명이 주식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도 관심이 생겨서 은행에 다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식이 뭐냐고 묻지 마라. 나도 그게 뭔지 모른다.” 당시 기업 금융을 담당한 아버지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으셨다. 그는 지금도 주식을 하지 않는다.

돈에 관심이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모순 때문에 다툰 적도 있다. 미국 변호사 출신 형과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 다닐 때다. 지리산 근처에서 하루 묵었는데, 숙소 주인이 이 마을은 연봉 500만원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봉 500만원의 삶’이 다음 날 대화 주제가 됐다. 861번 도로를 따라 구례에 들렀다. 흐드러진 벚꽃이 아름다웠다. “지리산에서 살면 돈 걱정도 안 하고 좋겠네요.” “수입이 적어도 괜찮겠어?”

문경새재 지날 즈음 형이 다시 물었다. “큰돈이 필요해지면 어떡할래?” “가족이나 은행에서 빌리면 되죠.” “그들이 빌려주지 않으면?” “왜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말해요?” 그때 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실제로 형네 가족이 큰 병에 걸렸고, 병원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아픔을 겪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경험은 형의 진로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에게 돈은 가족을 지키는 수단이었다.

한 금융 스타트업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마이 머니 스토리’는 그런 점에서 반갑다. 작가, 배우, 탐정, 청소부, 세일즈맨 등이 나와서 대놓고 돈을 말한다. 인터뷰 진행자 스터즈 터클이 쓴 책 ‘일'의 머니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유튜브에서 ‘돈’을 검색하면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영상만 수천 건이 나와요. 왜 벌어야 하는지 말하는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없죠.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부자가 되기를 꿈꾸면서 ‘왜’를 묻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안성은 마케터의 말이다. 나인뮤지스 전 멤버였던 가수 류세라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중학교에서부터 돈을 가르치면 좋겠어요. ‘돈은 악하다’라는 식의 이분법은 제 세대에서 끊어야 할 것 같고요. 돈의 속성, 필요성, 세금, 집, 저축 등을 꼭 가르쳐야 해요. 저처럼 경제적 지식이 뒤처졌다는 느낌, 출발선이 다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게 해 줘야죠.”

돈에 관한 나의 태도는 독립 후 주거 문제를 해결할 때 와장창 깨졌다. 내가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미 연준의 금리가 당장 갚아야 할 대출 이자 금액에 얼마나 바로 영향을 미치는지 이제는 안다. 선비 같던 나도 돈을 공부한다.

돈은 악한 것도 선한 것도 아닌, 재료일 뿐이다.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왜 돈을 버세요?’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대답이 있으면 좋겠다. 90년대생은 이미 자기들의 돈 이야기를 당당히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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