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습기살균제 참사 '무죄 판결'을 반박한다

박동욱 |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2021.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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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법원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하 제품)을 제조, 판매한 애경과 SK케미칼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제품들이 폐 손상, 천식 등을 일으켰다고 볼 만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피해자들의 확실한 개별 인과를 철저히 외면했다. 법원은 CMIT/MIT 화학물질의 독성 평가, 호흡기 흡수, 호흡기로 흡수된 이들 화학물질이 폐포까지 도달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 등 각각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과학의 크고 작은 불확실성과 한계를 무죄의 증거로 사용했다. 판결문 전체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격으로 가득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피해 질환 규명과 판정 방법, 조사, 연구 등에서 전체 맥락은 사라지고 한계점과 부족한 부분만 선택되어 증거 부족으로 둔갑했다. 심지어 법원에서 증인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의 며칠에 걸친 증언 중 특정 부분에 확신하지 못한다는 몇 마디의 진술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사용됐다. 과학적 활동으로 이 제품의 건강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로서 주요 쟁점을 다투어 보았다.

박동욱 |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첫째, 법원은 두 기업이 제품의 위험을 관리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의도를 갖고 위험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한 정황은 판결문과 문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994년 제품 개발 당시 CMIT/MIT는 화장품 사용자들에게 각종 피부질환을 초래했다. 더욱이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rinse-on)”에는 모두 금지된 물질이다. MIT는 뇌 독성을 초래한다는 논문도 여러 편이다. 기업은 의도적으로 위험한 제품을 만들고 심지어 안전하다고 판매했다. 91년 미국 환경부는 가습기 세척 외에는 화학물질을 물에 넣어서 쓰지 말라고 했다. 제조를 하청했고 농도 관리, 피해 사례 감시 등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어떤 의무도 기울인 증거가 없다. 심지어 안전하다고 판매했다. 기업이 위험관리 의무를 다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둘째, 법원은 CMIT/MIT가 수용성이기 때문에 호흡기 하부 질환인 폐 손상,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수용성 화학물질은 특성상 대부분이 호흡기 상부에 걸리고 하부까지 도달하기 어렵다는 경향을 법칙으로 왜곡했다. 일반화 오류다. 호흡기 하부 질병을 일으킨 수용성 화학물질 사례는 많다. 질소산화물, 오존, 포스겐, 포름알데하이드 등 많은 수용성물질이 하기도 질환을 일으킨다. 고농도 노출에서는 급성 폐포 질환을 초개하기도 한다. MIT 노출로 천식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CMIT/MIT 제품을 쓴 피해자의 폐 손상의 특징이 PHMG 사용자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임상 논문도 여러 편 있다. CMIT/MIT가 호흡기 하부까지 도달해서 천식과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로 충분하다.

셋째, 법원은 흡입독성시험에서 CMIT/MIT로 인한 폐 손상, 천식을 발견하지 못해 형사재판의 엄격한 인과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동물실험 결과를 영향을 입증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삼은 사례는 없다. 종간 생리 구조, 대사 차이로 인해 건강영향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끔찍한 동물실험 실패 사례로 알려진 것이 탈리도마이드이다. 무려 10개 계통의 쥐, 11종의 토끼, 2종의 개, 3개 계통의 햄스터, 8종의 영장류 실험을 거쳤는데도 기형 독성을 발견되지 않았지만 3만 명이 넘는 팔다리 기형 참사가 발생했다. 건강피해를 증명하는 기술로서 동물실험 결과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동물실험에서 CMIT/MIT로 인해 폐 손상이 나타나는 결과는 실제 CMIT/MIT와 폐손상 간의 인과관계에 대해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인체 사례를 우선으로 삼고 동물실험 결과를 병행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동물실험을 건강피해를 증명하는 기술로 사용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동물실험에서 폐 손상이 관찰되지 않은 결과를 건강피해의 인과관계의 부족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

마지막으로 기억 편견, 응답 오류, 개인 질환, 전문가 간 판정 불일치, 병리조직 부족 등 뭉뚱그려 원고 11명 개개인의 폐 손상과 CMIT/MIT의 연관, 인과를 송두리째 부정해버렸다. 11명 폐 손상자의 개별 인과는 평가하지 않았고 사실까지 왜곡했다. 법원은 제품 사용기간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20년으로 많이 지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피해자 중 9명은 제품 사용기간이 1년 이내고 두 명도 1-2년 사이다. 끔찍한 건강 피해를 입었고 매일 사용했던 제품을 잘 못 기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CMIT/MIT외 다른 화학물질이나 직업 노출이 없었던 아이들(11명 중 9명)이 걸렸던 폐 손상의 다른 요인은 무엇인가?

법원은 마지막으로 더 많은 자료와 연구가 쌓여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국내외 화학물질과 건강피해를 다투는 쟁송 역사에서 기업과 재판부가 늘 주장하는 요구 조건이다. 이번 형사 재판도 똑같다. 역학자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저서 《청부과학(doubt is their product)》에서 담배, 석면, 벤젠, 납 등의 건강 영향을 다투는 과정에서 기업은 끊임없이 엄격한 인과관계 요건을 채우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사라졌고 적극적 피해자가 더 이상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요구하는 엄격한 인과관계를 달성하는 방법은 없다. CMIT/MIT로 인한 건강피해를 두고 법원은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고, 전문가는 피해를 입증하는 데 손색이 없는 과학적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법원의 가치판단과 과학적 판단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사법화를 우려한다.

박동욱 |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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