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필요한 세 가지[Monday DBR]

2021. 2.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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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문(文)의 나라였다.

유학(儒學)이 문무겸전을 강조한다고 해도 몇몇 탁월한 인물만이 그 모범을 보였을 뿐 '무(武)'는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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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문(文)의 나라였다. 유학(儒學)이 문무겸전을 강조한다고 해도 몇몇 탁월한 인물만이 그 모범을 보였을 뿐 ‘무(武)’는 뒷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군주들이 국방력 강화에 힘썼던 초기를 제외한다면 조선의 무력은 튼튼하지 못했다.

1629년(인조 7년) 치러진 별시문과의 책문(策問)에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인조는 “군사에 관한 일을 몰라서는 참된 유학자가 될 수가 없다”며 국방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병가(兵家)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데는 각각의 장기(長技)가 있다. 자신의 장기를 가지고 상대방의 단기(短技)와 맞서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중략) 생각건대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적과 마주하고 있어서 싸우고 지키는 방책을 평소부터 강구해 놓았다. 하여 성지(城池)가 깊고 단단하며 기계(器械)는 정밀하고 날카로운 편이다. 그런데도 임진년 난리에는 모두 함락돼 나라가 뒤엎어졌으며 정묘년 난리에는 오랑캐의 군마가 나라 깊숙이 쳐들어왔다. 이는 장기를 제대로 쓰지 못해 그러한 것인가?”

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되 적의 장점을 무력화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의 기본이다. 문제는 적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대응하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장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를 기약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장기 외에 승리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또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시험에서 장원급제한 정두경(鄭斗卿·1597∼1673)은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만 가지로 같지 않지만 결국은 우리의 장기로 상대의 단기를 공격하는 것에 불과할 따름입니다”라며 전쟁에서 장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때그때의 ‘형세’에 부합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느냐, 아니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답했다.

예컨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정예 중장기병을 보유했다. 개전 초기 이 부대를 이끌고 왜군 저지에 나섰던 신립(申砬·1546∼1592)은 높은 지대에서 활과 화살로 왜적의 조총에 맞서야 한다는 의견을 묵살하고 평야에서 기병 돌격전을 벌였다. 평지에서는 기병이 유리하다는 고전적인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신립이 전투를 벌인 탄금대에는 습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탁 트여 있는 만큼 적의 조총에 피격되기도 쉬웠다. 습지와 조총이라는 형세에서는 ‘평지-기병전’이 더 이상 장기일 수 없었다.

이어 정두경은 “비록 그렇지만 형세가 유리한데도 불리한 자에게 지는 경우가 있으며, 불리한데도 유리한 자에게 이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병기(兵技)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두경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요체는 장수에게 달려 있다”라며 “장수가 근본이고 병기는 말단”이라고 단언했다. “아무리 좋은 병기가 있더라도 사람이 이를 버리고 달아난다면 모두 헛된 것일 뿐입니다. (중략) 싸움에서 이기려면 병사들이 사력을 다해야 하고, 장수가 그런 마음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뛰어난 장수 가운데 병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서도 승리를 거둔 자는 없었습니다.” 우수한 병사가 있고 훌륭한 무기가 있더라도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지휘관이 없다면 있으나 마나이다.

같은 책문에 대한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답변을 보자. 윤선도 역시 정두경과 비슷한 요지의 주장을 펼쳤는데 글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촉한 후주(後主) 때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비의와 동윤이 안에서 임금을 보좌한 덕분에 제갈공명은 걱정 없이 밖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송나라 때 진화와 장준이 안에서 권력을 전횡하였기 때문에 악비와 한세충이 밖에서 적을 제압할 수 없었습니다.”

무기나 장비는 승리하는 데 필요한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군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성패의 핵심이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휘관의 역할이고, 지휘관이 자신의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오로지 전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14호에 실린 ‘뛰어난 무기보다 뛰어난 장수가 더 중요’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akademi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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