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영화관 갑니다, 게임하고 골프치러..
지난 30일 오후 1시 서울 용산CGV. 3명이 18관(126석)을 통째로 빌려 닌텐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젤다의 전설’ ‘슈퍼마리오’ ‘루이지 맨션’ ‘모여봐요 동물의 숲’···. 그들은 관객이 아니라 게이머였다.
CGV가 올해 출시한 콘솔 게임용 대관 서비스 ‘아지트엑스(AzitX)’가 인기다. 지난 1월 16일부터 전국 34개 영화관에서 시작했는데 대부분 매진되고 있다.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게임기를 집에서 가져와 이용한다. “11X6m 스크린과 풍부한 사운드, 깊은 몰입감으로 ‘게이머의 로망’을 이뤘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코로나 시대에 영화관이 변신하고 있다. 관객이 급감하는 위기를 겪으면서 영화관 스스로 ‘영화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아지트엑스는 영화관에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본 시도”라며 “상영관을 일부 개조해 스크린골프장으로 대여하는 방안 등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모바일, 유튜브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극장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탐구다.
요즘 영화관에는 유튜브 히트작(가짜사나이)의 극장판이 걸려 있다. 설 연휴에는 송가인 단독 콘서트 실황 및 인터뷰도 들어올 예정이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영화관은 본질적으로 재(再)임대업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전통적으로는 배급사들이 빌려 신작 영화를 거는 장소였지만 앞으론 온라인 공연에 이어 유튜브,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이 플랫폼에 올라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참관한 아지트엑스 스크린에는 ‘Press A to Start(게임을 시작하려면 A를 누르세요)’와 ‘로딩중’이라는 글자가 자주 나타났다. 이용자 최준혁(20)씨는 “영상도 만족스럽고 집에선 절대 체험할 수 없는 사운드였다. 3명이 10만원에 3시간쯤 놀았는데 가성비 최고”라며 흥분했다. 박현(19)군은 “영화관에서 하는 게임의 맛을 알게 됐으니 다음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를 가지고 재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최대 4명까지 상영관을 대여할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는 ‘TV는 거거익선’이라는 말이 있다. 화면이 클수록 좋다는 뜻이다. 아지트엑스는 특히 음향이 강점이다. 이용자는 남성이 68%, 30대가 52%다. 비용은 4인 기준(기본 2시간, 설치 및 준비에 30분 제공)으로 오후 6시 이전 회차는 10만원, 오후 6시 이후 회차는 15만원이 든다.
아지트엑스를 기획한 CGV 한승우 부장은 “코로나로 문화생활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지인들과 공간을 대여해 특별한 경험을 즐기려는 보상 심리로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했다. 호평 일색만은 아니다. 한 이용자는 “쉽게 말해 큰 모니터와 스피커를 빌려주는 PC방”이라며 “게임을 제외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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