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위험" 신한울 중단해놓고.. 北에 송전하려 건설 재개?
산업부 공무원들이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는 대북 원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 계획안이 적시돼 있다. ‘과거 경수로 건설이 중단된 함경남도 신포 지구에 원전 건설’ ‘비무장지대(DMZ)에 원전 건설’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에 송전(送電)’ 등이다. 이런 내용은 정부의 탈(脫)원전, 친환경 드라이브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들이다. 문건을 작성한 당시는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5월 26일), 1차 미·북 정상회담(6월 13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부가 남북 관계 및 북핵 돌파구를 기대하며 여러 대북 지원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원전' 하면서 원전 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했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추진 문서를 만든 때는 이런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폐쇄를 밀어붙이던 시점이었다. 2018년 4월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폐쇄는 언제 결정되느냐’고 물은 것을 계기로 산업부 장관이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이후 시작된 경제성 평가에선 노골적인 왜곡과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탈원전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산업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안을 검토하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건대로라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선 공무원이 상부 지시 없이 이런 문건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비판과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울 3·4호기 완성 후 송전’이 검토된 것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신한울 3·4호기는 현 정부 들어 건설이 무기한 중단됐고 건설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이후 전면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의 매몰 비용은 두산중공업의 기기 사전 제작 비용(4927억원)과 토지 매입비 등을 합쳐 79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울진 지역의 급격한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손실도 4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업계와 지역사회의 호소에는 귀를 닫고 있다가 북한 지원을 위해 180도 다른 정책을 검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 안보 차원에서도 문제
‘DMZ 원전 건설안’에 대해서도 ‘친환경’을 강조하는 정부의 논리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DMZ 관광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우리 세대가 겪은 분쟁의 시대, 자연 파괴의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며 “미래 세대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누리도록 평화관광·환경생태관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2019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남북 공동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업 추진도 제안했다.
대북 원전 지원 구상은 안보 차원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기반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구성해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수로는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이후 기술 발전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비핵화 합의나 유엔 승인 없이 북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우리 원전 기술이나 정보를 건네려 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때 경수로 제공을 끈질기게 요구해 합의문에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등 원전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히 담보된다면 북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제공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신포 경수로 때처럼 북이 약속을 어기고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북핵 문제는 더 꼬이고 천문학적 돈만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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