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조동진과 레너드 코언
[경향신문]
겨울비에는 희망이 섞여 있다. 비가 그치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리라는 희망이다. 조동진은 그 희망에 절망을 섞어 담담하게 불렀다.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바람 끝 닿지 않는/ 밤과 낮 저 편에/ 내가 불빛 속을 서둘러/ 밤길 달렸을 때/ 내 가슴 두드리던/ 아득한 그 종소리….”
조동진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심경을 이 노래에 담았다. 그의 다른 노래들이 그러하듯 말하듯이 읊조린다. 듣다보면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에 어느새 어깨가 젖는다.
조동진에겐 은둔형 예술가, 언더그라운드의 시인 등 다양한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그와 만났을 때 같이 나눈 대화를 적으면 노트 한 장이 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과묵한 가수였다. 그의 또 다른 곡 ‘흰눈이 하얗게’나 ‘진눈깨비’도 이 노래와 맥을 같이한다. 절제된 언어로 황량한 겨울의 풍경을 노래한다.
종종 조동진이 레너드 코언과 비유되곤 한다. 두 사람 모두 시적인 록음악을 구사했으며, 읊조리듯 노래하는 창법도 얼핏 닮아 보인다. 그러나 좀 더 거리를 두고 보면 사뭇 다르다. 조동진이 바람과 풀과 나무, 흰 눈과 비의 가수라면 코언은 사랑과 증오, 절망과 희망, 관능의 가수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코언이 죽는 날까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왕성한 음악활동을 했지만 조동진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동진이 은둔형이었기에 자주 보지 못했다는 건 핑계다. 우리가 어느 날 빠르고 화려한 것들에 빠져서 그를 소환하는 수고로움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들뜬 마음으로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기엔 우리네 삶이 너무나 팍팍하다. 다만 그의 노래가 묘한 위로가 된다는 건 분명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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