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 먹는 하마' 습지의 재발견

강은미 | 정의당 국회의원 환노위 위원 2021. 2.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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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월2일은 ‘세계 습지의날’이다. ‘람사르 협약’ 사무국에 따르면 습지는 지구 표면의 약 6%를 차지한다. 다양한 동식물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습지는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줄이고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습지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습지는 ‘탄소 먹는 하마’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온대기후의 울창한 숲은 1년에 1㎡당 약 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습지는 흡수량이 1㎏을 넘는다. 특히 바닷가 습지는 2~3㎏을 흡수한다.

습지(Wetland)는 ‘축축한 땅’을 뜻한다. 지리상으로 보면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뉜다. 한국은 서남해안에 굴곡과 갯벌이 발달되어 있어 습지 최혜국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간척과 매립이 지속되면서 연안습지가 급속히 훼손되었다.

강은미 | 정의당 국회의원 환노위 위원

한국은 습지 보전을 위해 가입한 ‘람사르 협약’의 당사자 국가이다. 람사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이제 물새의 서식지만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기후위기를 구원하는 습지의 역할을 조명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습지 보전과 복원을 위해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주요 습지들이 지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이름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습지위기가 기후위기로 직결되는 이때 보호습지를 확대할 수 있는 하나의 법망이 마련되었다. 습지의 ‘정의’에 호수, 못, 늪, 하구 외에도 ‘하천’을 추가한 습지보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은 강과 하천을 습지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동안 ‘하천’을 습지로 정의하지 않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습지보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하천습지가 국가습지로 지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습지 인벤토리를 구축해 관리하는 2499개의 습지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하천형 습지 1025곳, 산지형 습지 551곳, 호소형 습지 633곳, 인공습지 290곳이 있다. 습지의 유형 가운데 하천형 습지가 가장 많이 차지하지만 보호지역으로 관리되는 것은 1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8일, 도심형 하천습지로는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장록습지가 개정된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고시되었다. 장록습지가 국가보호습지가 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처음 장록습지를 국가습지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지역주민 간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주민간담회, 현장조사, 공개토론회 등 뜨거운 공론장이 스무 차례 열리면서 묻혀 있던 습지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다양한 역할을 평가받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습지보호지역 추진 여부를 묻는 시민 여론조사에서 85.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1년 넘게 법 개정을 기다려온 시민들은 장록습지가 도심 속 첫 국가습지로 지정되자 환호하며 자축했다.

습지보전법 개정과 도심형 하천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습지가 주목받길 바란다. 정부에서도 체계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보호습지의 발굴·지정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습지를 지켜야 기후위기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강은미 | 정의당 국회의원 환노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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