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發 변동성 장세..저가매수 기회인가

고준혁 2021. 2. 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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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S&P500 결국 하락 마감..9% 갔던 코스피도 3%에 그쳐
"유동성장서 실적장 갈 때 나오는 조정..게임스탑 때문 아냐"
"제2의 '월가를 점령하라'..최악 시나리오도 상상해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헤지펀드에 반발한 ‘게임스탑(GME)’ 이슈의 확장과 주식시장의 조정이 동시에 나타났다. 연관성에 대한 해석은 갈린다. 우선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로, 게임스탑이 없었어도 조정이 올 시기란 평가가 있다. 반면 게임스탑이 조정을 촉발했으며 위기는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단순히 개인 투자자의 투기로 볼 게 아닌 계급 투쟁으로, 이 에너지가 어디까지 팽창할지 모르기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이번 증시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지만 위기는 늘 작은 것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할때 현재 증시는 변곡점에 와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조정, 경제 좋아지기 위해 걸리는 시간 간극 때문”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 하락 마감했다. 셋째 주인 지난 22일까지만 하더라도 연초 대비 2.3% 상승을 기록 중이었다. 다우지수 역시 지난주까지 1.3% 상승을 기록했으나 이번 달 2% 하락으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4% 상승으로 1월을 마무리했지만, 지난주 5.1% 상승에서 상승폭을 크게 줄인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도 9.3%까지 올랐다가 3.6% 상승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3000선이 붕괴됐고 다우지수도 3만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마디지수 이탈로 인한 불안감이 커졌다.

1월 마지막 주는 게임스탑 이슈가 붉어졌을 때다. 미국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SB·Wallstreetbets)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탑 등 공매도 미상환 잔고율이 높은 주식의 현물과 콜옵션을 대거 사들였다. 이에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했고 게임스탑의 경우 이달 무려 1625.1%가 올랐다. 이에 게임스탑에 공매도한 주요 헤지펀드인 씨트론(Citron)과 멜빈(Melvin)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숏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인 ‘로빈후드(Robinhood)’는 변동성이 확대될 때 예치금을 평소보다 많이 넣어둬야 한다는 이유로 게임스탑의 매수를 일시 제한했다. 조정이 나타난 주와 겹친다.

우선 게임스탑은 조정의 빌미일 뿐 직접적 원인은 아니란 평가가 있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갈 때 으레 생기는 조정 구간이란 것이다. 헤지펀드계 자금 이탈은 지난해 말부터 있었던 현상인 것을 보아도, 조정이 게임스탑 때문만은 아니란 평가도 있다.

김일구 한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기대치는 충분히 높아져 있지만, 실물경제가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몇 달의 시간이 더 걸릴 때가 있다”며 “한마디로 지금은 ‘회색지대’로서, 시간이 지나 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방법 밖엔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게임스탑과 비슷한 일들을 그간 많이 봐왔는데, 지금의 주가 조정은 그동안 기대하던 부양책이 늦어지고 경제가 좋아지기 위해 걸리는 시간 간극 때문이지 게임스탑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헤지펀드로 알려진 외국인 자금은 지난해 11월까지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가 이후 다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지연과 중국 인민은행의 긴축 이슈 등이 겹쳐 헤지펀드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8개국에서 외국인은 지난주(21~27일) 59억8000만달러 순매도해 6주만에 큰 폭의 순매도로 전환했다. 서 팀장은 “일각에선 게임스탑으로 인한 헤지펀드의 마진콜(Margin call·추가 증거금 납부) 때문에 조정이 났다고 하는데, 사실 그 물량이 많진 않다”라고 덧붙였다.

“숏 스퀴즈 계속 나오면 시장 붕괴할 수 있다”

반면 게임스탑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봐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경기부양책 등으로 개인 유동성 확대에 기인한 시장 거품의 한 증거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다. 금융위기 때부터 있던 미국 시민들의 월가에 대한 분노가 이번 게임스탑 사태의 기저에 있다는 것이다. WSB는 주가가 떨어져도 “버티자(Hold the line)”고 외치고 있다.

실제 WSB의 한 이용자는 “헤지펀드가 지금도 존재하는 것 자체는, 2008년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느낀 고통을 준 장본인이 아직도 벌을 받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전 재산을 게임스탑에 쏟아부었고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팔지 않을 것으로, 헤지펀드에 최대한의 고통을 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엔 달러 인덱스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움직이긴 했지만, 최근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그런데 미국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변동성 지수가 크게 확대된 걸 보면 이번 조정은 게임스탑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유동성 확대에 따른 투기로만 볼 게 아니고 ‘월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일이 그때보다 좀 더 지능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여전히 주식 투자와 관련된 매크로 환경은 좋으나 게임스탑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상해 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시장의 한 작은 부분에서 나타난 지속 불가능한 과잉이 일련의 도미노를 더 기울이고 혼란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숏 스퀴즈가 계속 나온다면 시장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게임스탑이 시장 혼란을 증폭한다면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제재할 거란 관측도 있다. 백악관 측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백악관 경제팀은 게임스탑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소셜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2008년의 돈은 시장 혼란을 이용한 기관들이 벌었다’와 ‘2021년의 돈은 시장 혼란을 이용한 개인들이 벌었다(기관이 개입하기 전까지)’, 이 두 문장의 차이를 모르겠다”며 게임스탑과 관련해 제재해야 한다는 흐름에 불편함을 나타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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