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푹 자고 싶은데, 못자는 이유가 있다
수면장애 습관개선 등 비약물적 치료 통해 호전 가능
잠 위해 마시는 술 되레 깊은 잠에 도달 못하게 방해
잠(수면)은 보약이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인체의 중요 활동이 수면이기 때문이다. 수면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닌, 다음날 정상적인 활동을 위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수면이 치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알츠하이머병)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가 뇌에 침착되어 발생하는데, 잠을 푹 자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밖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수면장애'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3만 7000명으로 2016년 49만 4000명 대비 28.7%나 증가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일산백병원 신경과 박혜리 교수의 도움을 받아 수면장애에 대해 질의응답(Q&A)으로 알아본다.
Q. 수면장애는 어떤 질환인가?
A. 많은 사람들이 수면장애라는 것이 하나의 질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면 장애에는 다양한 질환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거나, 낮에 졸리고 피곤하기도 하고, 수면 중 이상 움직임이나 행동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또한 이러한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수면 장애로는 잠들기가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는 증상인 '불면증',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무호흡증',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도 낮에 발작적인 수면을 취하게 되는 증상인 '기면병', 수면과 각성을 일으키는 일주기리듬이 비정상적인 시간에 맞춰지거나 불규칙해지는 '수면-각성 주기장애', 잠들기 전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수면에 장애를 일으키는 '하지불안증후군', 수면 중 이상행동이 발생해 수면 방해 및 부상을 초래하는 '사건수면'등이 있다.
Q. 수면장애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A. 수면장애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한 병력 청취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검사에만 의존하다보면 환자의 주된 수면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낮은 치료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수면관련 증상, 수면 습관, 생활 패턴, 심리 상태,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폭넓은 평가가 필요하며, 수면 중 발생하는 증상에 대해서는 배우자 등 가족에게 추가 문진을 하기도 한다. 외래 진료에서 이 내용들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확인하기 위해서, 진료 전에 환자에게 위 내용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진료 후 필요에 따라 수면다원검사 및 다중입면잠복기 검사를 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뇌파전극 및 호흡센서, 움직임 센서 등을 부착하고 수면 중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현상들을 기록하는 검사이고, 다중입면잠복기 검사는 기면병과 특발과다수면증의 진단을 위해 주간 졸림을 평가하는 검사다.
Q. 수면장애 자가진단법이 있는가?
A. 지속되는 피로감과 함께 아래의 증상 중 해당되는 내용이 있다면, 수면 클리닉에 내원해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그 밖에도 주간졸림증, 불면증 등의 점수화된 설문지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소 불면, 주간졸림이 있으면 이러한 설문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Q. 자다가 본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다리를 일시적으로 떨거나 하는 것도 수면장애 일부 증상인가?
A. '주기성 사지 운동증'이라고 하는, 수면 중 불수의적으로 정형화된 다리 움직임이 반복되는 질환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50~80%에서 동반되는 증상인데, 그 밖에 다른 수면질환에서 동반되기도 하고, 특히 중년 이후에서는 다른 수면질환 없이도 흔히 관찰된다. 이로 인한 수면곤란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다리 움직임으로 인해 자주 깨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면 약물치료를 해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Q. 수면장애에 있어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한 이유는?
A. 우리 몸에서 잠이 오게 하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 일정한 생체리듬이고, 두 번째는 신체의 항상성이다. 우리 몸에는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리듬이 있다. 일정한 수면과 기상 습관이 있어야 이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고 유지되어 잠이 잘 오고 수면의 질도 올라가게 된다. 또한 낮시간 동안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충분한 신체활동을 해야 수면욕구가 올라가게 되어 밤에 잠이 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습관 교정이 수면장애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 등 많은 물질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고 잠자리 환경도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생활 속에서 이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Q. 음주가 수면장애 해소에 도움이 되는가?
A. 알코올은 일시적인 진정작용을 가지고 있어 술을 마시면 마치 잠이 잘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작용 때문에 불면증 환자들이 술에 의존하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은 의학적으로 서파수면이라고 하는 '깊은 잠'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고, 수면 후반부의 잦은 각성을 유발하므로 건강한 잠에 방해가 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경우에는 음주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므로 반드시 금주해야한다.
Q. 수면장에 진단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약물치료를 하는가?
A.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불면증을 기준으로 말하면, 모든 불면증 환자가 수면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서는 수면 습관 및 환경개선, 잘못된 수면 인식 개선 등의 비약물적인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많은 불면증 환자들이 이러한 비약물치료만으로도 수면이 개선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약물치료가 단기간에 극적으로 잠이 잘 오게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상담을 통해 단계적으로 증상이 좋아진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방금 언급한 상담 치료와 함께 진행되며, 수면제한요법 등 행동치료를 위해 수면일지 작성을 하기도 한다. 그 외 수면질환은 질환 종류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단순 수면제가 아니라 질환에 맞는 약물 처방을 하게 된다.
Q. 일정기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수면제를 처방받는 게 도움이 되나?
A.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불면증에 의한 증상일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한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수면질환에 의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병력 청취, 설문지, 검사 등의 접근을 통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에 따라 다른 치료적 접근을 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없이 수면제만 복용할 경우, 수면 개선이 없거나 기저 수면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Q. 평소에도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직장인들이 잠시라도 쪽잠을 자는 것이 저녁 숙면에 도움이 되나?
A. 건강한 수면-각성 주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면은 정해진 시간에만 자는 것이 좋으며, 그 밖의 시간에 자는 것은 이러한 수면-각성 주기를 교란해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이런 쪽잠을 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식후에 잠이 쏟아진다면 본인이 만성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졸림이 너무 심해서 쪽잠 자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 자가진단법>
□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꾸 깬다
□ 꿈만 꾸다 깨거나 밤새 잔 것 같지 않다
□ 자려고 누우면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
□ 코골이가 심하다
□ 자다가 숨을 안쉰다
□ 수면 중 이상행동
□ 이갈이, 가위 눌림
□ 낮에 눈 뜨고 있는 것이 힘들고 자꾸 졸린다
□ 아침에 일어나면 멍하고 두통이 있다
[정리 =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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