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도둑놈" 러시아 2주 연속 나발니 석방 시위, 2000여명 체포
[경향신문]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2주 연속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졌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4000명의 시민을 구금했던 러시아 정부는 이번에도 2000여명의 시민을 구금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AP통신은 31일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나발니 측의 의도대로 ‘반푸틴 민주화’ 시위가 2주 연속 열린 것이다. 독극물 중독으로 독일에서 치료를 받던 나발니는 지난 17일 체포를 감수하고 러시아로 귀국했다. 수감 이튿날 그는 트위터를 통해 “두려워 말고 거리로 나가라.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미래를 위해 나가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23일 시위에는 러시아 전역에 10만여명이 몰렸다. 2011~2012년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인 것이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시위 참가자들을 처벌할 것이라 경고하고,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를 포함한 시민 4000명을 구금했다. 하지만 나발니 측은 “23일 시위의 경험은 자유민이 공포보다 더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31일 시위 계획을 재차 공지했다. 나발니 역시 지난 28일 옥중서신을 통해 “아무도 폭정과 부패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어서 나와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전주보다 주요 시위 거점의 경계를 강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스크바의 경우 시위 4시간 전에 7개의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인근 상점들과 식당들은 물론 크렘린 주변의 일부 도로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행진하는 시위대를 무작위로 경찰 버스에 태우는 등 진압도 이어졌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시위로 현재까지 2300여명의 시민이 구금됐다. 경찰에 조사를 받고 풀려난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는 이날도 경찰에 붙잡혔다.
참가자들은 이날 “푸틴은 사임하라!” 이외에도 “푸틴, 도둑놈(thief)”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나발니가 지난 19일 옥중에서 공개한 초호화 리조트 영상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해당 영상에는 흑해 연안에 지은 초호화 리조트 영상이 담겼는데, 나발니 측은 이 리조트가 ‘푸틴을 위한 궁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1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푸틴은 이 리조트가 자신의 것도, 친인척의 것도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대신 푸틴과 유도를 하는 매우 가까운 친구이자 러시아 대형 건설사의 사주인 아르카디 로텐버그가 30일 해당 리조트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외신들은 이날 시위에 나발니 지지자 뿐 아니라 현재의 러시아 상황에 실망한 시민들도 일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석한 마샤 율리야노바(18)는 워싱턴포스트에 “(정부는) 사람들이 걷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며 “내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의 강경 대처가 이어지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 시위대와 기자들을 상대로 2주 연속 가혹한 전략을 쓴 것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알렉세이 나발니를 포함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혐의로 구금된 사람들 석방해 줄 것을 러시아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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