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상사 신고하니.. 피해자 되레 '불이익'

박지원 2021. 1. 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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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렸던 A씨는 피해 사실을 회사에 신고한 후 반 년간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우월한 지위를 활용한 직장 내 성폭력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41.5%였고 오히려 피해자가 징계나 해고, 따돌림 등 불이익을 경험한 경우가 90.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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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조치 의무 이행 미흡
직장갑질119, 3년간 제보 분석
89%가 수직적 권력관계서 발생
징계권자는 가해자만 불러 면담
근무지 분리 안 해 피해자 고통 속
10명 중 9명 징계·따돌림 등 경험
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렸던 A씨는 피해 사실을 회사에 신고한 후 반 년간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신고부터 징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사 담당자와 징계권자들은 A씨를 한 번도 면담하지 않았다. 발언 기회는 오로지 가해자에게만 주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사건을 처리하는 6개월 동안 A씨는 성희롱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한 채 같이 근무해야 했다. 그럼에도 정당한 징계가 내려지리라는 한 줄기 희망으로 버텼다. 하지만 회사는 피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두 경고만으로 처분을 끝냈다. A씨는 “가해자만이 사측과 계속 소통했다. 그래도 징계가 정당하게 내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과를 보니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고 하소연했다.

2018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성희롱 등 성폭력 실태나 대처 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했음에도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월한 지위를 활용한 직장 내 성폭력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제보 364건 중 89.0%인 324건이 수직적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제보 중 제보자 신원과 상세한 피해 내용이 확인된 사례만 분석한 결과다.

이 중 가해자가 사업주·대표 등 사용자인 경우는 29.4%였고 사용자 외 위계상 권력자인 경우는 59.6%였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인 83.2%는 여성이었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경우 따돌림 등 또 다른 피해를 동반했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68.7%는 폭언·폭행·직장 내 따돌림 등 다른 유형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10명 중 7명이 성폭력과 다른 괴롭힘이 결합한 복합적 가해로 고통받은 것이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제보한 B씨는 “성희롱 외에도 폭언과 욕설을 자행했고 업무시간에 뒤통수를 때리거나 얼굴을 손가락으로 미는 등 폭력적 행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살 좀 빼라. 남자 친구가 좋아하겠냐’, ‘여자는 옷이 더러우면 얼굴도 더러운 거다’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대표가 사내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달아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신고 이후 불이익을 당해 고통받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신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41.5%였고 오히려 피해자가 징계나 해고, 따돌림 등 불이익을 경험한 경우가 90.4%에 달했다. 조치 의무 위반과 신고 후 불이익 모두를 경험한 사례도 35.7%였다. 이러다 보니 불이익을 우려해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못했다는 피해자도 많았다.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62.6%에 달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는 행위자의 문제인 동시에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노동관계와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와 이를 방치하는 행정당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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