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북한 엮어 '북풍' .."보수·중도 묶을 호재" "역풍 맞을 수도"

장나래 2021. 1. 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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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원전 지원' 의혹 공방]정치권 공방 번진 '북 원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31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제안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월성원전 조기폐쇄 논란’에 ‘북핵’ 프레임을 씌워 4월 보궐선거 정국을 주도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일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신북풍’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북 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북한 원전 추진은 그 자체로 경천동지할 중대한 사안이다. 먼저 누구 지시에 따라 추진된 것인지 (정부는) 즉각 밝혀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문제의 북한 원전 추진 문건과 관련한 자료 원문을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추진도 불가피하다. 우리 당은 조속히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국민과 함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당력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김 위원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으로 위협을 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핵발전을 제공한다는 게 이적 행위가 아니면 뭐가 이적 행위냐”며 “안으로는 탈원전 하면서 밖으로 (북한에) 원전을 상납했다는 것을 국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여권도 반격에 나섰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북한 원전 건설 구상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처음 언급했다”며 “김종인 위원장 논리대로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북한 원전 건설을 주장한 언론사들이 모두 이적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에스엔에스에서 “국민의힘의 주특기는 선거철만 되면 색깔론 소재를 찾아 눈에 불을 켜는 것”이라며 “근묵자흑인지, 초록동색인지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똑같은 짓을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은 공식 브리핑을 내놓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야당의 ‘이적행위’ 공세에 “도가 지나치지 않으냐”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공세에 나서는 것은 최근 검찰이 월성 원전 조기폐쇄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북핵 이슈로 전선을 넓히면 선거에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원전 지원 이슈는 남-북-미 관계와도 관계된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정부·여당이 쉽게 해명하기 어렵다. 또 20~30대 젊은 유권자들도 대북 지원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큰 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를 묶어낼 수 있는 호재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랫동안 지속된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과 여권의 충돌 원인을 북한 원전과 연결짓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비상식적인 윤석열 찍어내기가 너무 의아했는데, 이제야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과잉 대응’도 역으로 국민의힘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과도하게 발끈하는 정부·여당의 반응이 오히려 “뭔가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도 확장’을 표방하는 김 위원장까지 ‘공안’ 냄새가 물씬 나는 “이적행위”라는 표현까지 들고나온 것은 그만큼 선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조바심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만약 이날 정부와 여권 관계자 주장대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당시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유에스비에 원전과 관련한 내용이 없고 산업통상자원부 보고서 역시 청와대에 공식 보고한 문서가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라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국민의힘에도 정치적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얽혀 있는 사안의 성격상 의혹이 명쾌하게 드러나기보다는 소모적 공방으로 흐르다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장나래 노현웅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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