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20년..'리틀 칸' 성남 골키퍼 김영광의 각오 "우리 팀 막내가 스무살..장갑 벗을 때까지 최선"

서귀포 | 윤은용 기자 2021. 1. 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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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남 FC 골키퍼 김영광이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K리그 518경기 출전 역대 4위
“병지 형 기록 아무도 못 깰 것
2주간 금식 등 시즌 철저 준비
후배들에게 강한 승부욕 주문”

성남FC 김영광(38)은 대한민국 골키퍼 역사의 살아 있는 레전드 김병지와 이운재를 보면서 성장했다. 올해로 프로 데뷔 20년 차가 된 김영광은 어느새 그를 우상으로 삼는 다른 축구 유망주들의 롤모델이 돼 있다. 김영광을 지난 26일 성남의 1차 전지훈련이 진행됐던 제주 서귀포에서 만났다.

김영광은 2002년 프로에 데뷔했다. 올해로 정확히 20년 차가 됐다. 김영광은 “올해 새로 들어온 막내 선수가 스무 살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20년 차라니 느낌이 이상했다”며 묘한 기분을 표현했다. “20년 차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건 늘 똑같이 설레는 일”이라는 김영광은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졌다. 선배로서 동계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김영광은 어린 시절 한국 축구를 이끌 수문장으로 기대를 받았다. 각 연령대 대표팀을 두루 거친 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다. 올림픽 무대에서 무수한 선방쇼를 펼치며 당대 최고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독일)에 빗대 ‘리틀 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영광의 시선은 ‘라떼~’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내 인생 가장 기대되는 시즌이 바로 이번 시즌”이라고 했다. 축구를 향한 아직 식지 않은 열정과 동시에 경쟁에서의 자신감이 전해졌다. 과거 영광과는 멀어진 성남을 더 높은 순위로 이끌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성남은 지난 시즌 강등싸움에서 힘겹게 살아남아 K리그1(1부)에 잔류했다. 인터뷰 당일에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0-4로 완패하자, 아쉬움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수많은 경기를 통해 ‘지지 않겠다’는 투지만으로도 몇 경기는 더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영광은 “후배들이 연습이든 리그에서든 매 경기 ‘죽어도 지면 안 된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많다. 그게 프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 역시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 동계훈련에 임한다. 김영광이 20년 넘게 현역으로 뛰면서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동계훈련 중 거의 2주간 밥을 먹지 않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식단을 병행하고 있다. 김영광은 “나는 특별히 체중 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직은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지만 시즌 개막까지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영광은 현재 K리그에서 518경기를 뛰었다. K리그 역대 4위의 대기록이다.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면 이동국(2위·548경기)과 최은성(3위·532경기)의 기록을 모두 넘어설 수 있다. 이 부문 1위인 김병지(706경기)의 기록은 아직 멀게만 보인다.

성남과 1년 계약이 남은 김영광은 “주변에서는 (김)병지 형의 기록을 깰 만한 사람이 나밖에 안 남았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병지 형 기록은 앞으로도 영영 깨지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은 (최다 출장) 기록보다 언제 장갑을 벗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매 경기를 소중하게 치르는 것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서귀포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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