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마지막까지 혼을 다해"..0.05mm 펜촉으로 되살린 인류의 유산
[앵커]
사라지거나 훼손된 문화재를 0.05mm의 가느다란 펜촉으로 되살려온 한국 '기록 펜화'의 거장 김영택 화백이 최근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림을 향한 열정은 꺾지 않았다는데요.
그의 펜촉에서 되살아난 인류의 위대한 유산들, 함께 만나보시죠.
안다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이 둘러싸고, 강물이 끼고 도는 곳에 슬며시 자리한 ‘만대루’.
그림 속에선 누각이 산과 강을 오롯이 품어 안았습니다.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란 바로 이런 거라고 그림은 보여 줍니다.
일제강점기에 헐려 더는 볼 수 없는 경복궁 서십자각.
독립문 앞에 주춧돌만 남은 영은문도 옛 모습 그대로 되살아났습니다.
가늘디가는 0.05mm 펜촉에서 어떤 건축물은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았고, 언젠간 사라지거나 훼손될지 모를 유적들은 기록화로 남았습니다.
[故 김영택/화백/2015년 KBS 인터뷰 : “(펜화는) 문화재를 표현할 때 제가 봐선 가장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을 하고요, 문화재들을 또 복원시켜서 그린다는 그런 장점이 있는 거죠.”]
한 획, 한 획, 불경을 다시 쓰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는 김영택 화백.
많게는 80만 번 획을 그어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특히 눈앞에서 보는 듯한 독특한 원근법은 화가만의 독보적인 기법입니다.
[故 김영택/화백/2015년 KBS 인터뷰 : “카메라는 순간적으로 찰카닥하면 한 장의 이미지가 전체를 다 담지만 사람은 눈의 구조가 달라요. 제 그림에서는 사람의 눈이 보는 그런 크기, 또 강조 그걸 제가 그림에 만들어 넣는 거예요.”]
암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지만, 끝내 마지막 전시를 앞둔 올해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한열/故 김영택 화백 아들 : “본인이 그리신 그림들이 계속 나중에도 또 볼 수 있게끔 그런 부분을 가장 원하셨어요. 그래서 계속 더 작업을 하시기도 원하셨는데 더 이루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고.”]
생의 마지막까지 혼을 쏟아부은, 이제는 유작이 된 고인의 대표작들이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고석훈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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